“선거 없이 ‘군인 정당’ 들어서는 것”

상원의원 250명 군정이 임명하는 신헌법안 통과된 타이… 헌법 개정도, 군정 최고 권력기구 해체도 상원 동의 없이 불가

제1126호 / 2016.08.29

8월 7일 찬반 국민투표에 부쳐진 군정기안 신헌법안은 타이가 입헌군주제로 전환한 1932년 이래 20번째 헌법이다. 지난 84년간 타이는 4.2년에 한 번 헌법이 소멸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해왔다. (© Lee Yu Kyung)

8월 7일 찬반 국민투표에 부쳐진 군정기안 신헌법안은 타이가 입헌군주제로 전환한 1932년 이래 20번째 헌법이다. 지난 84년간 타이는 4.2년에 한 번 헌법이 소멸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해왔다. (© Lee Yu Kyung)

**아래 기사는 <한겨레21> 1126호에 게재된 기사의 긴 버전입니다. 

8월 7일 타이군정이 기안한 신헌법안을 두고 찬반 국민투표가 있던 날,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쏨’(가명)은 “부패정치에 변화가 오기를 기대한다”며 투표소감을 밝혔다. 대학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는 그는 군정이 배포한 축약본을 읽고 ‘부패청산헌법’이란 확신이 들었단다.

“12년 무상 교육도 긍정적이다. 이제 가난한 집 아이들도 유치원에 갈 수 있게 됐다”

그가 말한 “반부패”, “빈곤가정 아이들도 유치원에” 등은 군정의 헌법홍보 수사(修辭)를 많이 닮았다. 쏨은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찬성투표를 짐작케했다.

그보다 일주일 전인 7월 31일, 방콕 시내 방콕문화예술센터 (BACC)앞에서는 고등학생이 주축이 된 시위대 대엿명이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요구하는 피켓, 선전물을 들고 거리시민들에게 반대투표를 독려했다. 신헌법안 54조는 “12년 무상교육”을 “유치원부터”라고 명시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12년이면 9학년(중학교)까지다. 하지만 (유치원보다) 더 중요한 건 고등학교다. 일반고(인문계)와 직업학교(상업계) 등 고등학교 3년 과정을 무상으로 해야한다. 직업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사회진출도 잘할 수 있지 않은가”

시위에 참여한 와리사 수쿰못(16)이 말했다. 와리사는 고등학교 2년생이라 투표권이 없다. 그러나 “투표권 있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꼭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뇌교육이 강렬한 타이 교육풍토를 감안하면 유치원 의무교육은 체제복종적인 시민을 더 일찌감치 키워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헌법 교육관련 조항을 두고 대학선생과 고등학생의 접근은 이렇게 달랐다.

국민투표 일주일전 방콕 시내에서는 대엿명의 고등학생들이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주장하며 반대투표 캠페인을 벌였다. 군정기안 신헌법안에 따르면 12년 무상교육은 유치원부터 시작되어 중등3년까지 커버한다. (© Lee Yu Kyung)

국민투표 일주일전 방콕 시내에서는 대엿명의 고등학생들이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주장하며 반대투표 캠페인을 벌였다. 군정기안 신헌법안에 따르면 12년 무상교육은 유치원부터 시작되어 중등3년까지 커버한다. (© Lee Yu Kyung)

토론 없이 치러진 ‘국민투표’의 비민주성

국민투표에 앞서 군정의 정보통제와 선전활동은 왕성했다. 7월 30일, 군정 전 대변인 위라촌 수콘다파티팍는 ‘인사이더’라는 유투브 채널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헌법기안위원회(CDC) 노라찻 신하세니 의원을 인터뷰 했다. 이 프로파간다 영상에서 노라찻 의원이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한 건 “반부패 헌법”이다. 그는 자유와 인권, 교육과 의료를 보장한 헌법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당신이 부자일 필요도 없다”고도 말했다.

“반부패 의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이나라에선 적용잣대와 대상에 차별이 있다. 반부패 잣대를 적용할 수 없는 기구도 존재한다”

방콕 베이스의 띵크땡크인 시암인텔리전스유닛(SIU) 국장 칸 유영의 견해다. 그는 군정의 반부패 수사가 다른 문제를 덮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투표에 부쳐진 신헌법안은 타이가 1932년 절대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한 뒤 20번째 헌법이다. 84년간 크고작은 쿠테타가 스무번도 넘게 일어났던 타이는 4.2년에 한번꼴로 기존 헌법을  찢고  새로쓰기를 반복했다. 이번 경우 군정은 헌법의 내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고 반대투표 캠페인, 공개토론도 모두 금지했다. 그렇게 치뤄진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58%가 투표장으로 갔다. 이 중 61.35%가 찬성함으로써 20대 헌법은 통과됐다.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가 찬성한 셈이다.

반대투표가 높게 나왔어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 경우 군정은 헌법기안위(CDC)를 통해 신헌법안에 조금 손을 본뒤 국민투표는 생략할 참이었다. 그리고 왕실 승인절차를 거쳐 20대 헌법으로 굳힌 뒤 그에 기반하여 내년 하반기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었다. 20년으로 설정해놓은 소위 군정 로드맵의 초기 단계가 그렇다.

그 로드맵의 비민주성은 신헌법안 상원의원 조항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군정 최고 권력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상원의원 250명 전원의 임명권을 갖게 됐다. 군이 임명하는 250명 상원에는 3군 총사령관, 육군참모총장, 경찰총장, 상임국방장관 등 국가안보와 공권력의 수장 6인도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이에 대해 티띠난 퐁티수락 쭐랄롱꼰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의회 안에 군인정당이 선거 없이 들어앉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임명직 상원과 관련 이번 국민투표에서 추가 질문이 있었다. 의회 내 총리를 선출할 때, ‘군부임명 상원의원들이 투표권을 가져도 좋은가?’ 였다. 여기에 58%가 찬성했다. 이로써 군이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은 선거로 선출될 하원의원 500명과 함께 총리를 선출하게 됐다.

2014년 5월 쿠테타를 주도한 프라윳 찬오차 군정 총리가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Lee Yu Kyung)

2014년 5월 쿠테타를 주도한 프라윳 찬오차 군정 총리가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Lee Yu Kyung)

헌정 질서를 뒤집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한 그가 투표장에 나온 모습은 아이러니한 장면으로 남았다. 신헌법안에 따르면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인물 중에서도 총리 후보는 가능하다. 프라윳 총리가 이후 신헌법 체계를 토대로 수립될 정부에서도 총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Lee Yu Kyung)

헌정 질서를 뒤집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한 그가 투표장에 나온 모습은 아이러니한 장면으로 남았다. 신헌법안에 따르면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인물 중에서도 총리 후보는 가능하다. 프라윳 총리가 이후 신헌법 체계를 토대로 수립될 정부에서도 총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Lee Yu Kyung)

신헌법에 따르면 총리는 의회투표에서 50%, 즉 376표를 얻으면 된다. 이전 헌법인 2007년 헌법은 총리 후보를 선출직인 하원의원내로 제한했으나 이번에는 외부인사 출마를 허용했다. 군이 지지하는 ‘외부인사’가 총리 후보로 나설 경우 군이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의 표는 보장된 것이고 하원의원 500명 중 126표만 얻으면 된다. 게다가 상원은 비토권도 갖는다. 신헌법 256조는 헌법 개정시 의회 50%지지를 받아야 하고 이중 상원의원 1/3이 포함돼야 한다고 적어놨다. 상원 동의 없는 헌법 개정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쯤에서 상원의원 관련 조항이 지난 10여년간의 타이 정치분쟁을 주요 변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타이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라 평가받는 1997년 헌법 (18대 헌법)은 상하 양원 모두 선거를 통한 선출직으로 규정해놓았다. 그러나 2006년 탁신정권을 몰아낸 쿠테타 정권이 기안했던 2007년 19대 헌법은 상원의원 50%를 임명직으로 바꿔놓았다. 이에 2013년 11월 당시 친탁신계 잉락 정부가 탁신을 포함한 정치인 사면법을 도입하고 상원의원 50% 임명직 조항을 100% 선출직으로 개정하려 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큰 반대에 부딪치며 잉락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사면법과 헌법 상원조항 개정에 반대한 반탁신 왕정주의 진영은 다음해 5월 쿠테타가 있기 까지 방콧 셧다운 등을 내걸고 거리시위를 벌였다. 그 시위가 낳은 쿠테타 군정은 이제 상원의원 전원을 자신들이 임명하겠다고 이번 헌법에 명시해놓은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신헌법에 따라 짜여질 정치구도하에서 군정 권력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에서 총리 후보가 나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 수칫 분봉칸 쭐랄롱꼰대학 교수는 지난 8월3일 열린 타이외신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다음 의회는 (기존 양당 체계를 벗어나) 군소정당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군소정당과 군의 협의체계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군은 통제하기 수월한 군소정당을 통해 의회 민주주의에 관여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총리 선출 과정에서도 군소정당을 활용해 표몰이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10여년 넘게 이어지는 타이 정치분쟁은 지역을 변수로 계층 갈등의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세계은행이 2012년 발표한 그래픽은 방콕에 집중된 부의 편중과 국가예산의 불균형한 책정을 잘 보여준다. 방콕과 방콕 이남으로 널리 분포한 왕정주의 옐로우 셔츠는 반탁신 성향이 매우 뚜렷하다. 반면 인구가 밀집된 상대적으로 빈곤한 동북부와 북부 일대는 친탁신 정치세력이 지지를 받아왔고 레드셔츠 강성 지역이다. 그러나 쿠테타 이후 친탁신 정치권의 무기력한 대응은 레드셔츠내 분파를 더욱 촉발하고 있다. (Source : World Bank 2012)

10여년 넘게 이어지는 타이 정치분쟁은 지역을 변수로 계층 갈등의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세계은행이 2012년 발표한 그래픽은 방콕에 집중된 부의 편중과 국가예산의 불균형한 책정을 잘 보여준다. 방콕과 방콕 이남으로 널리 분포한 왕정주의 옐로우 셔츠는 반탁신 성향이 매우 뚜렷하다. 반면 인구가 밀집된 상대적으로 빈곤한 동북부와 북부 일대는 친탁신 정치세력이 지지를 받아왔고 레드셔츠 강성 지역이다. 그러나 쿠테타 이후 친탁신 정치권의 무기력한 대응은 레드셔츠내 분파를 더욱 촉발하고 있다. (Source : World Bank 2012)

이런 전망은 투표 직후부터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쿠데타 직후 꾸려진 군정개혁위원회(NRC) 의원을 지낸 파이분 니티타완은 투표 다음날 친군정 정당 출범을 예고했다. 그는 쁘라윳 짠오차 현 군정총리를 “슈퍼 자이언트 스타”라 칭하며 차기 총리감으로 치켜세웠다.

게다가 신헌법에는 국가평화질서회의 해체 조항도 없다. 데이비드 스트렉스퍼스 콘깬대 국제교류센터 국장은 지난 2년여 군정하에서 발표된 (긴급)조치들도 유효하게 남을 거라 전망했다. 그는 신헌법에서 총리 탄핵 조항이 삭제된 것에 크게 우려했다. 군 임명 총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 발생시 총리를 교체할 헌법적 토대는 약화됐기 때문이다. 타이는 이제 군정통치가 합헌화된 체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정 통치 ‘합헌’ 체제 눈앞에

군정통치의 ‘각’을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인 신헌법은 그러나 의료·종교 관련 조항 등이 전반적으로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타이의 자랑이던 공공의료의 근간마저 흔들어놨다. 2000년대 초 탁신 정권하에서 시작된 ‘30밧(1달러) 의료’ 정책은 2007년 헌법에서 “공공의료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게 접근한다”는 조항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2008년 말 권좌에 오른 아비짓 민주당 정권은 아예 ‘30바트’도 부과하지 않는 무료의료정책으로 발전시켰다. 당시 민주당 정권이 탄생한 건 친 탁신계 정권이 이른바 ‘사법 쿠테타’ 라 불리는 헌법 재판소의 판결로 하차한데 따른 어부지리였다. 선거통한 정권창출에 실패해오다 어부지리로 권좌에 오른 민주당에게 공공의료의 진화는 민심을 수습하기 좋은 기재였다. 지방과 도심의 빈곤 계층이 탁신정권에 전폭적 지지를 보낸 배경에 ‘30바트’ 의료정책이 거의 혁명적 역할을 했음을 민주당이 모를리 없었다.

8월 7일 국민투표일 한산한 투표소에는 나이든 유권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 Lee Yu Kyung)

8월 7일 국민투표일 한산한 투표소에는 나이든 유권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 Lee Yu Kyung)

8월 7일 국민투표일 한산한 투표소에는 나이든 유권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 Lee Yu Kyung)

8월 7일 국민투표일 한산한 투표소에는 나이든 유권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 Lee Yu Kyung)

방콕 한 투표소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투표하고 있다. 오토바이는 방콕 번잡한 도심은 물론 골목길이 길고 복잡하게 발달한 도시구조상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랍짱"이라 불리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옐로우 셔츠', '레드셔츠' 등 색깔정치가 거리를 압도한 정치분쟁 과정에서 '오렌지 셔츠'라는 정치적 코드로 자리잡았다.

방콕 한 투표소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투표하고 있다. 오토바이는 방콕 번잡한 도심은 물론 골목길이 길고 복잡하게 발달한 도시구조상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랍짱”이라 불리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옐로우 셔츠’, ‘레드셔츠’ 등 색깔정치가 거리를 압도한 정치분쟁 과정에서 ‘오렌지 셔츠’라는 정치적 코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번 신헌법 공공의료 조항에선 “평등한 접근권”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대신 “가난한 국민은 법에 따라 국가가 제공하는 무상의료를 받는다”(제47조)는 문구로 대체됐다. 이는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을 “꼭 필요한 아이들에게”만 하자던 논리와 매우 흡사하다. 공공의료의 핵심인 ‘보편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불교를 증진하고 보호하자”(제67조), “국가안보를 해치치 않는 범위 안에서”(제31조) 포교 등 종교의 자유도 크게 후퇴했다. 타이 역사상 가장 민주적으로 평가받는 1997년 헌법을 상기해보자. 당시 헌법은 이렇게 적었다. “국가는 신앙의 자유를 해칠 어떠한 조치도 발동하지 않는다.”

공공의료 등 후퇴한 20번째 헌법

군정 프로파간다가 말해주지 않는 이런 비민주적 조항들은 그동안 소수의 활동가들만 체포와 석방되기를 반복하며 게릴라식으로 알려왔다. 투표전날인 6일 동북부 차이야품 지방에서 반대투표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돌리다 체포된 자투팟 분파타라락사(일명 “파이”)도 그중 한 명이다. 함께 체포된 파이의 동료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파이는 보석신청을 거부하고 단식에 돌입했다. 8월 14일 현재 그는 고열과 오한으로 쓰러진 뒤 교도소 내 양호시설로 옮겨졌다. 군정이 공개 토론을 금하고 반대세력을 체포하는 근거는 4월 말 통과시킨 ‘국민투표법’ 61조다. (신헌법안 관련) “무례하고(rude)” “잘못된(false)” 정보를 유포하는 자를 10년형에 처한다는 이 조항은 그러나 반군정 진영만을 집중 겨냥했다. 예컨대 프라윳 총리 지지와 찬성 투표를 공언하며 하루에도 여러차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던 수텝 통수반 전 부총리는 별탈없이 표현의 자유를 누려왔다. 수텝은 왕정주의 진영을 포괄하는 소위 옐로우 셔츠 그룹 내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선 친군정 극우주의자의 대부격 인물이다.

한편, 투표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 반대 투표 캠페인을 주도했던 네오민주주의운동(NDM) 그룹과 역시 반대투표를 공언했던 친 탁신계 프어타이 당과 잉락 전총리는 투표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투표 전면 보이콧을 주도했던 진영은 쿠테타부터 불법적인 전 과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운동을 주도해온 노동운동가 찌뜨라 코차데는기자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반대투표 진영의 결과 수용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프어타이 당과 반독재연합전선 (UDD, 레드셔츠 주류정파로 친탁신계)하는 걸 보면 쿠테타를 진정으로 반대하는건지 의구심이 들정도”라고 비판했다.

8월 7일 방콕 남동부 방나 지역 한 투표소에서는 ‘No Coup’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유권자 피야랏 총텝씨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공개적으로 찢으며 “독재자는 물러가라.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다. 그의 항의투표 행위 후 경찰이 그의 신분증을 보고 있다. (Source : Facebook)

8월 7일 방콕 남동부 방나 지역 한 투표소에서는 ‘No Coup’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유권자 피야랏 총텝씨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공개적으로 찢으며 “독재자는 물러가라.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다. 그의 항의투표 행위 후 경찰이 그의 신분증을 보고 있다. (Source : Facebook)

찌트라는 존재가 희미한 진보정당 ‘민주세력당’(DFP)의 주도적 인물이다. 그는 군정 로드맵에 따라 치뤄질 내년 총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아마 새 정당법에 따라 정당 체계에 변화가 올 거 같다. 우리는 소수가 주무르는 정당이 아니라 당원에 기반한 진정한 민주정당을 꾸릴 것”이라 말했다.

찌트라의 지적이 암시하듯 반군정 정치권의 지리멸렬과 타협적 태도는 “20년 개혁” 운운하며 사실상 장기 독재의 발판을 다져가는 군정 로드맵에 효과적인 대응마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군정에 짓눌린 시민사회엔 ‘행동’하는 양심보다는 키보드 전사들만 무성하다. 그렇다고 해서 신헌법 통과 뒤 군정 로드맵이 순탄한 건 결코 아니다.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방콕 이남 8개 지방을 휘감았던 14개의 연쇄 폭탄과 5건의 방화는 현군정체제는 말할 것도 없고 (입헌군주)’체제’에 대한 도전신호마저 내포했기 때문이다.

폭탄과 방화는 푸켓, 끄라비 등 유명관광지는 물론 국왕의 궁전이 있는 중부 해변도시 후아힌까지 공격했다. 4명이 사망하고 36명의 부상을 입었다. 공격이 고조된 시기는 시리낏 왕비의 84번째 생일 전야부터 생일날로 이어지는 11-12일이었다. 공격은 국민투표에서 찬성 투표가 모두 80% 넘게 압도적으로 친군정 성향의 남부를 두루 훑었다. 폭탄종류와 수법을 고려하면 최남단 3개주 분쟁중에서 주로 활동해온 말레이 무슬림 반군(이하 “남부반군”)의 전형성을 보였다. 공격시기와 지역으로만 추리해 보면 남부 반군일수도 있고, 반군정 세력내 특정 정파일수도 있다. 8월 17일 현재 정황과 물증들은 남부 반군으로 기우는 중이다.

군정 로드맵, ‘연쇄 폭탄만나다  

누구의 소행이든 연쇄폭탄은 군정과 ‘체제’를 반대하는 진영의 대범한 출발을 예고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우세한 지역은 세 곳이었다. 탁신정치의 영향력이 큰 북부와, 반군정 레드셔츠 강성 지역인 북동부 그리고 남부반군이 활동하는 최남단 3개주다. 이번 폭탄이 남부반군의 소행이라면 3개주 중심으로 펼치던 기존의 공격양상에서 지리적 확장과 연쇄공격력를 과시한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반군정 진영 내 특정 세력의 소행이라면 새로운 정치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방콕(타이)=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Lee@Penseu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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