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하디조직이 발견한 ‘천국’, 방글라데시

20여명 목숨 앗아간 7월1일 테러, 알카에다 연계 조직 또는 IS 추종세력으로 추정

제1120호 / 2016.07.12
*아래 기사는 <한겨레21> 1120호에 실린 <방글라데시 테러 지하디즘의 족적> 긴 버전입니다. 제목은 편집자의 그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필자 
  • 국내자생조직 소행이라도 글로벌 지하디 조직과 연계 뚜렷
  • ‘알카에다 인도대륙(AQIS)’은 방글라데시 현지조직 ‘안사룰라 방글라 팀'(ABT) 통해 기반 공고히 다진 듯
  • IS는 현지조직 자맛뚤 무자히딘 방글라(JMB)의 ‘충성’ 맹세로 추종자 세력확보
  • 세속주의 작가, 성소수자, 종교 소수자 등 지난 3년간 40명 이상 참수

“이따금 내 목을 부드럽게 만져본다. 뒤통수 위에 손도 고이 얹어보고, 그러곤 상상한다. 그들이 나를 뒤에서 치면 어떤 느낌일까. 그냥 머리에 총 한 방 쏘는 게 나을 텐데. 이 생에서 충분히 고통받았으니 죽으면서까지 고통받고 싶진 않다. 죽음은 빠르게 와야 한다. 그들에게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방글라데시 출신 페미니스트 작가 타슬리마 나스린(Taslima Nasreen)은 7월6일 인도 일간지 <인디언 익스프레스>에 ‘내가 만일 참수된다면’이란 글을 기고했다. 무신론자임을 강조해온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협박을 피해 1994년 이래 망명 중이다.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스린은 방글라데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중 하나인 ‘안사룰라 방글라 팀’(Ansarullah Bangla Team·이하 “안사룰라”)이 공표한 ‘참수 대상 추가 14인 목록’에 ‘톱’으로 올랐다. 목록에 오른 이들은 외국에 거주하는 방글라데시인으로 주로 무신론 혹은 세속주의(정교분리주의) 관점에서 종교극단주의를 비판해왔다. 7월1일, 나스린은 또다시 살해 협박을 받았다. 이번에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기반한 ‘안사르 칼리파’(Ansar Khalifa)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 인터넷에 협박문을 올렸다.

‘IS 추종자’ 그룹 또는 ‘알카에다 연계’ 세력

공교롭게도 이날 나스린의 모국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휘두른 ‘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수도 다카의 굴산 구역 ‘홀리 아티전 베이커리’에 침입한 젊은이 6명은 “신은 위대하다”를 외친 뒤 20명의 무고한 목숨을 참수했다. 코란 암송을 기준으로 인질들의 생사를 갈랐던 이들은 다음날 아침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특공대에 사살됐다.

미국의 테러리즘 전문 포털 ‘사이트 인텔리전스’(SITE Intelligence)는 친 IS뉴스에이전시 아막크를 인용 다카테러에 가담한 이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의 테러리즘 전문 포털 ‘사이트 인텔리전스’(SITE Intelligence)는 친 IS뉴스에이전시 아막크를 인용 다카테러에 가담한 이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테러가 발생한 구역은 상시검문소 18곳과 최소 11곳의 임시검문소, 그리고 제복 경찰 750명과 사복 경찰 250명 정도가 지키는 보안 강도가 매우 센 외교 구역이다. 이 구역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28일 이탈리아 비정부기구(NGO) 직원 세자레 타벨라(Cesare Tavella, 50)가 괴한의 총격에 사망했다. 지난 3월5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공직자로 알려진 칼라프 알알리(Khalaf Al Ali)가 같은 방식으로 숨졌다. 그리고 7월 1일 규모가 확장된 테러가 이어진 것이다.

7월1일 테러는 이 구역 보안이 심각하게 뚫렸음을 방증한다. 테러 발생 6일이 지난 7월7일 현재까지 수사 당국은 테러범들이 어떤 경로로 이 구역에 침입했는지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 흔적도 찾지 못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번 테러가 국내 조직의 소행일 뿐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등 국제 지하디 조직(이슬람 원리주의 무장투쟁 운동조직)이 관여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의도적이든 무지이든 국내 자생 조직과 국제 지하디 조직 간의 역학관계를 무시한 발언이다.

우선, 방글라데시내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부터 일괄해 보자. 방글라데시는 세속주의 비교적 전통을 잘 지켜온 나라지만 극단주의 세력의 존재가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독립 전쟁 당시 친 파키스탄 민병대 노릇을 했던 이슬람주의 정당 자마떼 이슬라미(Jamat-e-Islami) 그리고 이 당의 청년학생 조직 이슬라미 샤타르 쉬비르(Islami Chhatra Shibir, 이하 “쉬비르”)는 제도권 정치내에서 활동해온 이슬람주의자들로 분류할 만하다. 그러나 쉬비르는 극단주의 성향과 폭력성을 숨김없이 보여왔다. 테러리즘 및 반군활동 관련 보안전문 리서치사인 <IHS Jane’s Terrorism and Insurgency Cente> 의 2013년 보고서에서 쉬비르는 “가장 활동적 그룹 10개” 중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타이 남부의 ‘Barisan Revolusi Nasional’ 이고 2위는 탈레반) 2013년 3월 힌두사원 40곳을 방화하는 등 소수 힌두 커뮤니티에 대한 폭력도 이들의 악명높은 활동이다. 2008년 이래 집권중인 세속주의 정당 아와미 리그(Awami League) 정부는 2009년 부터 야당과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왔다. 쉬비르는 단연 요주의 대상이다. 그러나 극단주의 단속은 정치탄압과 경계가 모호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 참여해온 자마떼 이슬라미는 2013년 총선에선 출마가 원천 금지됐다. 총파업이 이어졌고 계속된 정치적 혼란은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같은 시기 정치 불안은 2009년 시작된 국제범죄재판 (International Crimes Tribunal-Bangladesh)문제로도 고조됐다. 이 재판은 1971년 당시 독립을 반대했던 친 파키스탄 세력들의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뉴욕에 기반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재판이 기소자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며 국제적 공정재판 기준에 턱없이 못미친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또한 정적 제거용으로 비춰진 가운데 자마떼 이슬라미 지도자 모티우르 라흐만 니자미(Motiur Rahman Nizami)는 제노사이드, 강간, 대량학살 등으로 기소되었고 지난 5월 11일 사형에 처해졌다. 이당의 전 대표 굴람 아잠(Ghulam Azam)은 2014년 10월 옥중 사망한 바 있다.

두번째 ‘히즈붓 타흐리르 방글라데시'(Hizb ut-Tahrir Bangladesh)라는 조직이 있다. (Hizb ut-Tahrir, 이하 “히즈붓”, 웹사이트 클릭)은 범 이슬람(pan Islam) 정치운동으로 ‘이슬람 국가’를 꿈꾸던 팔레스타인 출신 이슬람 학자 타끼우딘 알 나바니(Taqiuddin al-Nabhani)에 의해 1953년 창시됐다. 유럽을 포함하여 전 세계 곳곳에 지부가 있고, 방글라데시 지부는 2000년도 세워졌다. 히즈붓 방글라데시 지부 역시 2009년 현 하시나 총리 정부가 대테러 소탕작전을 펴면서 불법 화됐다. 그러나 온라인에선 공개적으로 오프라인에선 지하형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히즈붓은 7월 1일 테러에 음모론을 제기했다. 7월 5일 발표된 이들의 성명은 우선 1일의 테러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썼다. 그러나 “이슬람과 이슬람 정치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방글라데시내 킬라파(Khilafah 혹은 칼레프 Caliphate) 건설을 방해하는 것”게 이번 테러의 “분명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히즈붓 방글라지부이 세워질 당시 자마떼 이슬라미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방글라데시 내부 정보원은 전했다. 그가 “개인적으로 (이번 테러를) 히즈붓의 소행으로 의심한다”고 덧붙인 이유는 중상층 출신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이 공격자중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히즈붓은 ‘도심의 엘리트’, 대학가를 꾸준히 파고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7월 1일 방글라데시 테러에 중상층 출신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방글라데시 안팎으로 충격을 줬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대학가를 파고든건 오래다. 히즈붓 타흐리르 방글라데시를 비롯 이미 2000년대부터 이런 현상은 뚜렷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사진은 2014년 4월 방글라데시 다카의 대학생들이 정부가 사립학교 등록금에 대해 부가세(VAT)를 물리려 하자 항의 시위를 하는 모습 (© Lee Yu Kyung)

2014년 4월 방글라데시 다카의 대학생들이 정부가 사립학교 등록금에 대해 부가세(VAT)를 물리려 하자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한편, 7월 1일 방글라데시 테러에 중상층 출신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방글라데시 안팎으로 충격을 줬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대학가를 파고든건 오래다. 히즈붓 타흐리르 방글라데시를 비롯 이미 2000년대부터 이런 현상은 뚜렷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Lee Yu Kyung)

그리고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안사룰라와, IS에 충성을 맹세한 자마툴 무자히딘 (Jamaat-ul-Mujahideen 이하 “자마툴”)이 있다. 지난 3년간 방글라데시에선 세속주의 블로거, 성소수자, 힌두 사제, 불교도, 외국인은 물론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 무슬림, 수피 무슬림(이슬람 신비주의 종파), 아마디(이슬람 주류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종파) 등 40명 넘는 ‘소수자’가 참수당했다. 이들 테러 뒤에도 주로 IS 추종세력과 알카에다 연계 자생 조직인 안사룰라가 번갈아가며 소행을 밝혔다. 방글라데시 지하디 조직 전반의 최근 활동에 비춰본다면 이번 테러는 바로 이 알카에다 연계 자생 조직 ‘안사룰라’이거나 IS 추종세력인 자마툴 무자히딘(이하 “자마툴”) 중 하나로 추정된다. 7월 1일의 테러을 짚어보자.

6명이 침입한 시각은 7월1일 밤 9시께로 추정된다. 피가 낭자한 현장은 다음날 새벽 3시께 친IS 매체인 <아마끄 뉴스 에이전시>(Amaq News Agency)를 통해 보도됐고, 미국의 테러리즘 전문 포털 ‘사이트 인텔리전스’(SITE Intelligence)가 이 사진을 공개하며 삽시간에 퍼졌다.

미국 워싱턴에 기반한 대테러 전문지 <롱 워 저널>(Long War Journal) 편집장 토머스 조세린은 테러 직후 분석 기사에서 “<아마끄>가 보도한 내용 중 언론이 이미 보도하지 않은 건 없다. <아마끄> 보도에서 IS가 이 공격을 미리 인지했다는 암시는 없다”고 썼다.

영국 런던정경대학 초대교수이자 국제치안 전문가인 사잔 고헬은 7월3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방글라데시 테러와 IS의 관련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마끄>를 통해 IS 소행이라 밝혔다면 (IS 시리아 본부가 아니라) IS 추종자 그룹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IS와 일정한 교신을 해왔을 테지만 그들이 시리아나 이라크와 직접 관련 있다고 장담할 순 없다. 만약 IS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소행을 밝혔다면 IS가 주도한 것이다.” 고헬 교수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안사룰라의 소행이라는 데 좀 더 무게를 뒀다.

“방글라데시 외교 구역 최초 공격” 트윗

실제로 7월1일 테러가 있기 몇 시간 전 ‘@Ansar_Islam_BD’라는 트위터 계정이 ‘11시2분’으로 표시된 시각에 “이번 작전은 방글라데시 외교 구역에 대한 최초의 공격이 될 것이다. 인질을 잡을 것이며 침략자(crusaders)들과 그들의 동맹세력을 겨냥한 최대 작전이다”라는 내용으로 이날 테러를 예고하는 듯한 트윗을 올렸다. 이 트윗 계정은 이후 사라졌다. 그동안 뜨고 지기를 반복해온 전력이 있는 ‘Ansar Islam’을 응용한 트윗 계정이 사실상 안사룰라와 같은 조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글라데시 다카 테러를 예고하는 듯한 트윗 내용이 공격이 발생하기 여러시간 전에 떴다. 이 트윗 계정은 이후 사라졌다. 그동안 그동안 뜨고 지기를 반복해온 전력이 있는 "Ansar Islam"을 응용한 트윗 계정은 사실상 안사룰라와 같은 조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글라데시 다카 테러를 예고하는 듯한 트윗 내용이 공격이 발생하기 여러시간 전에 떴다. 이 트윗 계정은 이후 사라졌다. 그동안 그동안 뜨고 지기를 반복해온 전력이 있는 “Ansar Islam”을 응용한 트윗 계정은 사실상 안사룰라와 같은 조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사룰라는 ‘알카에다 인도대륙지부’(AQIS)의 방글라데시 전위 조직이다. 2014년 9월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알카에다 인도대륙지부’의 탄생을 선포하며 “2년 동안 모집했고, (인도·방글라데시에) 이미 존재해온 지하디 그룹과 협상해서 ‘알카에다 인도대륙지부’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고 말했다. 자와히리는 이어 ‘알카에다 인도대륙지부’의 지도자로 아심 우마르(Asim Umar)를 임명했다.

우마르는 인도 태생으로 1990년대 말 파키스탄으로 이주해 활동하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다. <롱 워 저널>에 따르면, ‘알카에다 인도대륙지부’는 공격 대상을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 ‘무차별 공격’과 구분지으려 노력한다는 의미다.

‘알카에다 지도자 자와히리가 승인한 공격’이라고 밝히는 점도 이 조직이 알카에다와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알카에다 인도대륙지부’의 공격 대상은 주로 사상, 신성모독 등과 연계된다. 이들은 “무신론자라고 해서 모두 공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신론, 언론 자유, 사상 자유라는 이름으로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자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해 8월 18일 알카에다 선동매체로 알려진 ‘글로벌 이슬라믹 미디어 프런트(GIMF)’는 ‘블로거 니로이 닐(Niloy Neel) 암살에 ‘안사룰라 방글라 팀’(ABT)이 관여했다는 보도에 반박하며” 라는 반박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 이 조직이 경쟁 지하디 조직인 IS와 비교해볼때 소행을 밝히는데 신중하다는 걸 암시한 경우다.

지난 해 8월 18일 알카에다 선동매체로 알려진 ‘글로벌 이슬라믹 미디어 프런트(GIMF)’는 ‘블로거 니로이 닐(Niloy Neel) 암살에 ‘안사룰라 방글라 팀’(ABT)이 관여했다는 보도에 반박하며” 라는 반박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 롱 워 저널 Long War Journal)

지난 해 8월 18일 알카에다 선동매체로 알려진 ‘글로벌 이슬라믹 미디어 프런트(GIMF)’는 ‘블로거 니로이 닐(Niloy Neel) 암살에 ‘안사룰라 방글라 팀’(ABT)이 관여했다는 보도에 반박하며” 라는 반박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 롱 워 저널 Long War Journal)

테러범으로 공개된 이들이 IS 깃발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고려할 때 ‘IS 브랜드를 건 추종세력’이라는 주장도 신빙성이 있다. 누구의 소행이든 분명한 것이 있다. 정부 발표와 달리, 이번 테러는 국제 지하디즘의 선명한 ‘족적’을 방글라데시에 남겼다.

다카 테러범 다수 중산층 청년

지난 4월 참수당한 성소수자 매거진 편집장 술하즈 마난과 그 친구 사미르 마흐붑 토노이를 참수한 곳도 안사룰라였다. 안사룰라가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은 2012년께다. 분석가들은 2011년 12월20일 세속주의 정당 ‘아와미 리그’가 이끄는 현 정부에 대한 쿠데타를 시도하다 실패한 군장교들이 안사룰라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본다. 이 중 파키스탄으로 도피한 사이드 무함마드 지아울하크가 주요 인물로 거론된다.

그리고 2013년 2월, 블로거 라지브 하이더(Rajib Haider)의 참수를 시작으로 안사룰라는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라지브 하이더 참수로 붙잡힌 용의자 5명은 모두 대학생이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남아시아 전문 교수인 리아즈 알리(Riaz Ali)는 안사룰라에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 젊은이가 대거 포진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다카 테러에서 사살된 테러범 중 최소 3~4명도 이 계층 젊은이들이다. 이 점도 안사룰라 소행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IS가 방글라데시에서 부상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IS가 PDF로 발행하는 매거진 <다비끄>(Dabiq) 14호(2016년 4월 발행)에는 “벵골에 우리 지부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벵골은 방글라데시는 물론 인도 서벵골주까지 포괄한 것으로 매거진은 “뱅골의 칼리파 사령관” 샤이크 아부 이브라힘 알 하니프(Shaykh Abu Ibrahim Al-Hanif)를 인터뷰했다. 또 “인도, 버마 등 무슬림을 박해하는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라는 경고도 담고 있다.

IS는 방글라데시의 기존 조직들에 파고들어 IS 추종세력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마툴이 바로 그 추종세력이다. 다만 이들과 IS의 조직적 연계는 ‘알카에다 인도대륙지부’와 안사룰라가 보여준 것만큼 명료하지는 않다.

리아즈 알리 교수는 테러리즘 전문 저널 <테러리즘에 대한 전망>(Perspective on Terrorism) 10호(2016년 2월 발행)에 발표한 논문 ‘방글라데시 이슬람 무장단체는 누구인가’에서 방글라데시의 이슬람 무장세력을 다섯 세대로 구분했다. IS 추종세력 자마툴이 등장한 건 2세대부터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하디(성전)에 참여하고 돌아온 1세대가 1998년에 확대 개편한 게 2세대다. 자마툴은 이때 이미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했다. 인도의 대테러 전문 국가조사기구(National Investigation Agency)는 자마툴의 훈련소가 인도 서벵골주, 그 바로 옆에 위치한 자르칸드는 물론 인도 동북부 아삼 지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방글라데시, IS 활동지 새 거점?

이번 다카 테러범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몇 달간 실종됐다는 것이다. 이들이 시리아를 다녀왔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방글라데시 영토 안에서 이들의 훈련 장소를 추려보는 건 쉽지 않다. 버마와 국경이 닿은 동남부쪽은 주로 불교도인 버마나 인도 반군들의 아성 지대다. 북부 아삼 지역이나 서부 벵골 지역으로 ‘구멍난’ 국경을 넘나들었을 가능성을 점쳐본다면 이들 지역의 훈련소가 개연성 있어 보인다.

이들이 실종된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밝히는 건 이번 테러의 주체, 그 규모와 운영 방식을 파악하는 데 많은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동시에 앞서 나열한 다양한 이름을 내건 조직간 구성원들이 경계없이 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슬람 극단주의와 지하드 역사가 공고한 남아시아 독특한 환경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등을 넘나드는 활동에 호의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년여간 정치 불안까지 계속되며 방글라데시는 세계 곳곳에서 무성하게 스며드는 ‘지하디즘’이 발견한 ‘천국’이 되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LEE@Penseu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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