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선거잔치에 인구 20% ‘의도적 배제’

집권당, 수치 겨냥 ‘반무슬림 카드’ 
수치 NLD도 무슬림 후보 공천 안해
로힝야 무슬림 선거·피선거권 박탈
카친주 반군통제지역은 선거 무관심

25년을 기다린 선거다.

불과 5년전만 해도 5천만 미얀마 국민들, 아니 전 세계 미얀마 민주화 연대의 목소리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했던 “1990년 선거결과를 인정하라”는 허무한 외침만 20년째 하고 있었다. 하여, 25년만에 치러진 8일 총선에 감격이 차오르는 건 그리 과장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 100여명은 ‘투표하러 날아갑시다(Fly to Vote)’ 캠페인을 벌이며 지난 6일 양곤으로 시끌벅적하게 날아왔다. 인생의 소중한 첫 투표를 위해서다.

버마 중북부 무슬림 여성. 이번 총선에서 무슬림들은 출마도 투표도 크게 배제당했다 (Photo © Lee Yu Kyung)

모든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잔치에 참여한 건 아니다. 무슬림들은 출마도 투표도 크게 배제당했다 (Photo © Lee Yu Kyung)

그러나 모든 유권자들이 선거잔치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선거모니터 단체들은 이번 선거에서 미얀마 인구 20%가 “의도적으로” 선거에서 배제되었다고 지적했다. 주로 시민권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무슬림(이슬람교도)들, 그리고 공천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일반 무슬림들이다.

미얀마 중북부 제2의 도시 만달레이의 한 재래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니니(56)는 투표권이 있지만 기권을 선택했다. 특정 집단을 배제한 선거에 동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자신 무슬림인 니니는 자신의 선택이 “정치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니니는 88항쟁(1988년 8월8일 촉발된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정글에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의 전 대원이었다. 한때 조직내 스파이로 몰려 혹독한 고난을 감내해온 그지만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한순간도 저버린적이 없다.

여야 모두 무슬림 배제, 야권겨냥한 흑색선전도 

만달레이는 지난 3년여간 무슬림 혐오 캠페인을 벌여온 불교극단주의 운동, ‘마바타(인종 종교 수호 위원회)’의 강성 지역이다. 이 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위라투 승려가 이곳 마수에인 사원에 터줏대감으로 앉아 있다. 지난 2013년 3월, 만달레이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멕틸라에서 발생한 반무슬림 폭동은 공식통계만 4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년도인 2012년, 서부 아라칸 주에서 발생한 반 로힝야 무슬림 폭동 이후로 미얀마 전역은 이미 불교민족주의 바람과 이슬람 혐오 기운에 휩싸여 있다.

그 사이 만달레이 주는 여러차례 반무슬림 폭동을 겪었다. 군사정권의 대를 잇는 집권여당 통합단결발전당(USDP)는 물론,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도 이 문제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해 온 건 이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지를 잘 보여준다. 무슬림 후보를 한 명도 공천하지 않은 민족민주동맹과 수치에 대해 니니의 판단은 단호했다.

“90년 총선 이후 아웅산 수치의 정치력은 이미 검증됐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왜 또 표를 주어야 하는가?”

무슬림들이 미얀마 전역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고 민족민주동맹조차 불교도들의 표를 의식하여 ‘무슬림과 거리 두기’에 노력하고 있지만, 집권세력은 아웅산 수치를 겨냥한 흑색선전에 여전히 ‘반무슬림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일 양곤에서 집권당이 마지막 유세를 벌인 현장에 나돈 유인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장군의 딸 (아웅산 수치)은 아마 무슬림들이 이 나라에 들어오는 걸 용인할 것이다”

만달레이에서도 아웅산 수치와 무슬림의 관계를 성적으로 과도하게 묘사한 유인물이 나돌기도 했다.한때 민족민주동맹 지지자가 넘쳐나던 만달레이에는 무슬림 후보가 딱 한 명 있다. 민족연합의회당(United National Congress) 소속 킨 마웅 테인(Khin Maung Thein)이다.

1970년대 무장투쟁 시절 버마공산당(CPB) 만달레이 지역당의 선전부장을 역임한 탓에 1978년부터 3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번 선거 기간 거리 유세는 엄두도 못냈던 그는 주로 무슬림 집단이 모여드는 실내를 찾아다녔다. 그는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당은 ‘우 라작 (U Razak)’의 정신을 잇고 있으며, 그래서 무슬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버마군부 독재시절이던 2007년 민족민주동맹 본부사무실 모습. 가운데 아웅산 수치의 부친 아웅산 장군을 비롯 그와 함께 암살된 정치인들 사진이 함께 걸려 있다. 가장 오른쪽 인물은 우 라작 (U Razak), 아웅산 장군과 함께 안티파시스트인민자유동맹 활동을 하던 무슬림 정치인이다. 무슬림들이 광범위하게 배제된 이번 선거에서 가까스로 후보를 낸 무슬림 소수정당인 민족연합의회당(UNC)은 불교도와 무슬림간의 화해를 추구하던 우 라작의 정신을 전면에 내걸었으나 아직 당선자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Photo © Lee Yu Kyung)

버마군부 독재시절이던 2007년 민족민주동맹 본부사무실 모습. 가운데 아웅산 수치의 부친 아웅산 장군을 비롯 그와 함께 암살된 정치인들 사진이 함께 걸려 있다. 가장 오른쪽 인물은 우 라작 (U Razak), 아웅산 장군과 함께 안티파시스트인민자유동맹 활동을 하던 무슬림 정치인이다. 무슬림들이 광범위하게 배제된 이번 선거에서 가까스로 후보를 낸 무슬림 소수정당인 민족연합의회당(UNC)은 불교도와 무슬림간의 화해를 추구하던 우 라작의 정신을 전면에 내걸었으나 아직 당선자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Photo © Lee Yu Kyung)

민족주의 아닌 국제주의를

우 라작은 1947년 7월 19일 미얀마 건국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과 함께 암살된 정치인으로, 반파시스트자유동맹(AFPFL)의 일원이었다. 무슬림 아버지와 불교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던 라작은 두 커뮤니티간 화합을 주창해온 세속적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미얀마는 지금 그 화합과 공존의 정신이 어느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마웅테인 후보은 자신이 당선되면 앙금이 깊어진 불교도와 무슬림 커뮤니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민족주의가 아닌 국제주의를 지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만달레이 주보다 더 심각하게 배제된 지역은 서부에 위치한 아라칸 주(혹은 라카잉 주)다. 이 지역 로힝야 무슬림들은 이번 선거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조리 박탈당했다. 약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로힝야 무슬림들은 1982년 시민권법에 따라 시민권이 없다. 그러나 ’화이트 카드‘로 불리는 임시등록 카드를 발급받아 2008년 헌법 국민투표, 2010년 당시 군정만 참여한 비민주적 총선에서도 투표권은 행사할 수 있었다. 일부 로힝야 정치인들이 현 의회에 의원으로 선출된 건 이런 로힝야들의 투표 때문이었다.

그러나 25년만의 민주선거라는 이번 선거는 그 투표권마저 보장해주지 않았다. 마바타의 극성스런 캠페인에 정부는 지난 2월 이들이 소지한 화이트 카드를 전면 무효화했다. 아라칸 주는 로힝야 무슬림과 갈등 관계에 있는 라카잉족 민족주의 정당인 ‘아라칸민족당(ANP)’이 매우 강한 지지세를 받고 있다. 아라칸민족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소한 주 의회는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6월과 10월 두 차례 발생한 로힝야 학살 당시 이 정당의 정치인들은 혐오 선동으로 폭동에 불을 붙였다. 이들 역시 이번 선거운동 기간 민족민주동맹을 향해 “친 무슬림정당”이라고 흑색카드를 휘둘렀다.로힝야 정치인 우 초민은 선거 이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라카잉 민족주의당이 압승할 경우 로힝야들이 처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우려는 라카잉 정당의 혐오 연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방콕의 타이외신기자클럽 포럼에 참석한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혹시 폭력 사태가 재발할 경우 라카잉 무장(반군)단체들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7일 아라칸 주 선거유세에 나섰던 아웅산 수치가 라카잉 민족주의 기운이 덜한 남부 탄드웨를 선택한 것도 이런 민족주의 기운을 의식한 거였다.  탄드웨는 로힝야 무슬림과 달리 시민권을 인정받는 캄만 무슬림들이 라카잉족과 함께 거주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들도 2012년 반 로힝야·무슬림 폭동을 비껴가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에도 탄드웨에는 불교도 폭동이 발생했다. 이번 미얀마 선거모니터에 참여중인 미국 <카터 센터>는 최근 발표한 중간보고서에서, 잠재적으로 선거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치안 악화 지역으로 탄드웨를 지목했다. 이유는 캄만 무슬림 후보도 있고 유권자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역을 취재 중인 스페인 기자 카를로스는 중남부 몬주출신 아신사다마 승려가 지난 6일 ’설교‘하러 탄드웨로 향했다고 전했다. 아신 사다마는 불교극단주의 운동 마바타의 ’969운동‘의 심볼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동안 반무슬림 폭동 이전에 예외없이 불교극단주의 승려들의 ’설교‘가 있었던 탓에, 사다마 승려의 설교여행은 선거 이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무슬림 선거구로 ‘설교’하러 간 불교 승려 

한편, 이번 선거에서 배제된 건 무슬림들만이 아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부 카친 주의 반군 통제 지역은 선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분위기라고 현지의 카톨릭 신부는 말했다. 카친 주는 2011년 6월 17년간의 휴전이 깨지고 내전이 재개된 지역이다. 이른바 미얀마의 ‘개방정책’이 시작되자 카친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갔다. 20개 안팎의 모든 반군들과 휴전하겠다는 이른바 ’전국휴전협정‘을 두고 2년여간 협상이 있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지난달 15일 8개 반군과만 휴전협정에 서명했다.선거운동 초기에 아웅산 수치도 카친 주를 다녀갔지만 정부군의 영토 뿐이었고, 반군 지역이나 8만여명의 피난민 문제에 대해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넨 적이 없다. 반군인 카친독립기구의 통치지역 수도인 라이자의 조셉 신부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카친 군들이 경계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웅산 수치는 카친 문제에 관심이 없다. 여기 사람들도 선거에 관심이 없다. 우리는 지금 (선거이후) 다가올 전쟁을 우려하고 있다. 더 심한 교전이 벌어질까봐 조바심에 떨고 있다”

이유경 프리랜서 기자 Lee@Penseur21.com

기사 원문 (<한겨레 11.08일자>) 보러 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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