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부추기는 언론 취재 거부중이다’’

[기획 연재2_ 버마 종족·종교 갈등의 현장을 가다 (하) 만달레이주 메이크틸라 학살의 상흔들] 

* 아래 기사는 ‘버마 종족·종교 갈등의 현장을 가다'(하) 의 일부로서 지면관계상 누락된 모티준 (전 학생운동가) 인터뷰 전문입니다. / 이유경 Penseur21

모티준은 스스로를 정치인이라 불렀다. 2015년 총선에도 출마하겠다고 이미 밝힌 그다. 다만, 20여년 망명 생활의 결과 현재 미국시민권자인 그에겐 출마를 위한 법적 지위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그의 인생사를 더듬어보면  ‘혁명’이든 ‘정치’든 내재된 ‘야심’들이 배어나온다. 그는 88항쟁 당시 전버마학생연맹(ABFSU) 의 사무총장으로 의장 민코나잉과 함께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후 버마-타이 국경으로 넘어가 무장 투쟁에 동참했다. 버마학생민주전선 (ABSDF)이 두 정파로 쪼개진 기간 (1992-96) 한 정파 의장이었던 그는 당시 분열에 대해 ‘’책임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2001년 난민인정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콜롬비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지난 해 9월에 이어 올 8월에  두번째로 랑군을 찾아 정치활동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모티준은 최근 불거지는 반 로힝야/무슬림 폭력사태를 두고 버마 사회의 인종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몇 안되는 인물이다. 8월 말 그의 랑군 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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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항쟁 당시 민코나잉과 함께 학생시위를 이끌었던 모티준은 반 로힝야/무슬림 불교도 폭력에 대해 비판적인 몇 안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다른 입장이나 침묵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비판을 꺼렸다. ((Photo © Lee Yu Kyung 2013)

88항쟁 당시 민코나잉과 함께 학생시위를 이끌었던 모티준은 반 로힝야/무슬림 불교도 폭력에 대해 비판적인 몇 안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다른 입장이나 침묵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비판을 꺼렸다. ((Photo © Lee Yu Kyung 2013)

– 일단 석달 비자 받고 왔으니 일시체류인데 장기체류를 원하다고?

그렇다. 지금은 비록 미국 시민권자지만, 나는 본래 버마 시민이다. 버마 시민권을 따로 신청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주민증을 분실했기 때문에 그걸 다시 발급해주면 합법적으로 버마 시민이 되는 거다.

– 버마 주민증을 갖게 되면 미국 시민권 포기하는 건가?

일단 미국법에 따라 일정기간 시민권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동시에 버마 정부 측과 협상을 해야 할 과제가 있으니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어느쪽 시민권을 선호하나 ?

당연히 버마 시민권이다. 이곳에서 태어났다. 물론 미국 시민권자임도 자랑스럽다. 이유는 미국 정부가 나를 민주운동가로 인정하고 난민지위와 시민권까지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민권을 받아도 뿌듯할 것 같다.

– 이제 이후의 삶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

88항쟁 직후 내가 관여했던 새사회민주당 (DPNS)를 되살리는  중이다.

– 전 학생운동가 조직 ‘88세대’ 도 정당으로 탈바꿈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쪽하고는 다른 건가 ?

그들은 그들대로 우린 우리대로. 향후 연대를 모색할 수 있다. 일단 양쪽 구성원들의 법적 신분이 다르고 나만해도 미국시민권자라 한당으로 가긴 어렵다. (DPNS 구성원 대부분이 국외 거주 망명 활동가들이다 필자 )

– 정치적 입지가 달라서는 아닌가?

이념적으로 별로 다르지 않고 다만 전략적으로 다를 수는 있겠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처럼. 어쨌든 우리 모두 버마민주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  새사회민주당이 재건되면 민족민주동맹 (NLD)와는 어떤 관계가 설정되는 건가 ?

우리 당이 좀 더 젊고 리버럴 할 것같다.

– 좌파 지향 ?

그냥 좀 더 리버럴이다.

모티준은 스스로를 정치인이라 불렀다. 2015년 총선에도 출마하겠다고 이미 밝힌 그다. ((Photo © Lee Yu Kyung 2013)

모티준은 스스로를 정치인이라 불렀다. 2015년 총선에도 출마하겠다고 이미 밝힌 그다. ((Photo © Lee Yu Kyung 2013)

버마학생민주전선 (ABSDF)이 두 정파로 쪼개진 기간 (1992-96) 한 정파 의장이었던 모티준은 당시 분열에 대해 ‘’책임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Photo © Lee Yu Kyung 2013)

버마학생민주전선 (ABSDF)이 두 정파로 쪼개진 기간 (1992-96) 한 정파 의장이었던 모티준은 당시 분열에 대해 ‘’책임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Photo © Lee Yu Kyung 2013)

– 2015 총선에 출마할 건가 ?

출마할 거다. 25년전 우리 당은 두번째 규모의 정당이었다. 그러나 출마가 허용되지 않았다.

–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보니 당신과 88세대 주류 사이에 차이가 있다.  특히 반 무슬림 폭력 사태 국면에서 당신은 좀 더 적극적으로 (불교도) 비판 발언을 해왔다.

인종, 종교 분쟁은 이 나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내가 보는 이면 하나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국민들의 자기 정체성에 불안해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민 대부분이 근대화된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왔다. 근대화된 세계를, 지구촌 바깥 세상을 한번도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또한 (종교폭동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다. 나는 그들의 느낌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다른 종교, 다른 소수자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서로 다른 커뮤니티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걸 보고 싶다. 무슬림, 기독교도, 카렌..그게 누구든 그들을 냉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버마 사회 대부분의 사회 활동가들은 이런 종교분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당신도 알겠지만 이 사회 해악적 분자들이 사태를 조종하고 있다.

– 88세대는 NLD나 아웅산 수치와 더불어 매우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사회 활동가들이 로힝야나 무슬림 이슈에 대해 패쇄적이고 지나치게 민족주의에 경도되어 있다고 본다. 그들 역시 근대화에 노출이 덜 되어서 그런거라고 보나 ?

그것도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들 대부분이 인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냈으니. 그러나 그들에 대한 내 전망은 긍정적이다. 시각도 바뀔 수 있을 거다. 지금 당장은 당신말이 맞다. 민족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또한 이 사회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에 대한 염려도 있지 않나 싶다.

– 그건 잘못된 거 아닌가 ?

틀렸다 어떻다 말할 게재는 아닌 것 같다. 다양한 관점 중 하나다. 시간이 필요하다.

– 그래서 그들과 이 문제로 논쟁하지는 않나 ?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내 입장은 분명하고 확고하지만.

– 당신의 입장에 대해 얘기해보자. 입장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는 것으로 안다. 뭐라고들 비판하나 ?

여러가지다. 내가 무슬림이다, 로힝야다..우리 가족이 로힝야다..등등. 별로 신경 안쓴다. 내가 신경 쓰는 건 내 존엄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이다. 젊은 세대로부터 지지도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이 곳에 와 있지 않은가.

– 지난 해 처음 고국행을 앞두고 치앙마이에 있을때 정부 관료가 전화 걸어 왔다. 하는 말이, 969 멤버 한 40-50명이 공항에 가서 당신에 대해 항의 시위같은 걸 하겠다는 것 같은데 고국행 연기 하고 싶으면 연기해도 좋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다. 그들도 의사표현할 자유가 있으니까.

그리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아주 많은 지지자들이 나와 나를 맞아 주었다. 969 멤버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가더라.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돈 몇 푼 받고 동원된 빈곤층 같았다. 그들을 모욕하려는 게 아니라. 내 판단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 무슬림 운동에 관심 없다. 정치인이고 경험많은 나의 ‘촉’으로 볼때 지금 버마 시민들이 정말 신경쓰는 문제는 어려운 경제 상황, 일자리 등이다.  토지 수탈 문제도 심각하다. 78% 인구가 농지에 의존하는데 그 땅을 잃어가고 있다.  식민통치기간이던1930년대에는 20% 정도만이 땅을 소유하지 못했다. 지금은 절반이 넘는다. 37%가 실업자이고. GDP도 주변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바닥이다. 나는 국내외 언론과 기회 있을때마다 이런 의제들을 언급한다.

– 그런 의제 설정이 이번 방문의 주된 과제인가 ?

그렇다고 볼 수 있다.

– 그 의제설정에 로힝야 무슬림 이슈도 포함되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일부 사람들과 신문들은 내가 ‘로힝야’라고 칭하는 걸 못마땅해 한다. 그러나 정체성, 이름을 결정하는 건 당사자들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만일 그들이 로힝야라 불리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걸 존중해줘야 한다. 뭐가 문젠가.

이 문제는 이주 문제의 성격도 없지 않다. 이주는 오늘날 전세계 현상이다. 타이, 일본, 미국, 한국. 만일 어떤 외국인이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한 나라에 도착했다면 그건 그 나라 정부가 현명하게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문제는 또한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 개똥 철학 중 하나가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자’다. 그놈의 경계라는 게 다 뭔가. 경계를 없애는 게 나의 최종 목적이다. 아마 미래의 어느날 여권없이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을지 모른다. 내 말이 너무 이상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모티준은 상대가 불리길 원하는 이름을 존중해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버마 사회 전반이 '벵갈리'라고 부르는 로힝야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반대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Photo © Lee Yu Kyung 2013)

모티준은 상대가 불리길 원하는 이름을 존중해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버마 사회 전반이 ‘벵갈리’라고 부르는 로힝야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반대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Photo © Lee Yu Kyung 2013)

–  그들이 불리고 싶은 이름 존중해서 호명하자는 당신의 주장에  동의한다. 한편, ‘이주 문제’를 거론했는데, 로힝야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민이라고 보는 건가 ?

아마도 일부는. 근데 두 나라 GDP를 봐라. 방글라데시가 높다. 왜 버마로 굳이 밀입국 하겠는가. 방글라데시 보다 가난하고 위험하기까지한 나라인데. 내가 그런 처지라면 말레이시아나 다른 나라 가겠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 ‘이주’라는 요소는 이 문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건 아니다. 아울러 이 나라에 두세대 이상 살아온 중국계 중에서도 여전히 시민권 없는 이들이 많다. 복잡한 문제다.

– 그렇다. 여러 변수들이 이 문제에 얽혀 있다. 그중 하나가 민족주의 감정이 아닌가싶다. 아라칸 주를 가보니 라까잉 불교도들의 민족주의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걸 느꼈다. 라까잉 민족주의는 다른 민족주의와 좀 다른 면이 있다고 보나 ?

전통적으로 그렇다. 역사적으로 라까잉족들이  이용당해온 것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원이 많은 지역이다. 그러나 중앙 정부, 정치권력들은 오로지 착취에만 집중했을뿐 라까잉 현지민들에게 그 혜택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착취당하고 제한된 자원으로 두 커뮤니티간 충돌이 벌어진 면도 있다. 이런 걸 부인하고 정부는 ‘우리는 (라까잉-버마) 같은 종교인’ 입네 하면서 상황을 정당화해왔지. 종교 같은 게 뭐 어쨌다고.

– 당신 당의 동지들도 이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인가 ?

같은 입장이다. ‘평등’ ‘해방’ ‘연대’ 이 세가지가 우리 당의 모토타.  우리는 민족주의를 부추기지 않는다. 커뮤니티간 갈등도 부추기지 않는다.

– 선거에서 다수의 표를 잃을 걸 염려하지 않나 ?

상관없다. 우리는 표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 싸우는 거다.

– 혁명적 정당이면서 제도권 선거에 동참하는 ?

그렇다고 보면 된다. 우리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잖다. 곧 보게 될 것이다.

– 반 무슬림 폭력 사태가 아라칸 주 외에도 중북부 버마에서도 발생했다. 내가 주목하는 건 두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북부 버마에서는 커뮤니티 하모니를 위해 운동하는 활동가들도 로힝야 이슈에 관한한 별 다른 차이를 안보이더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나 ?

그 운동가들 역시 주류로부터의 지지를 잃을 까봐, 또 친구 관계를 잃을 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 혼란스러울 거고 그중 다수가 침묵하는 거다. 나는 이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또한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데, ‘이라와디’, ‘DVB’ 등 몇 몇 언론외에는 대부분의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폭력을 지지하고 문제를 더 조장하고 있다. 이런 언론을 거부하는 행동도 필요하다. 카메라 들고 다닌다고 다 기자가 아니다.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실제 폭력에 가담하는 자들도 있다. 나는 이런 언론들과 인터뷰 하지 않는다. 물론 현지 언론중에 극 소수 건강한 매체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조차 판매부수 감소될 것을 우려하는 걸로 안다. 국제사회가 이런 언론들을 지원해주길 바란다. 경제적 염려 없이 제 목소리 낼 수 있도록.

– 실제 개선된 언론자유가 이 분쟁에는 부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페이스 북, 유투브도 그렇고.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사진, 비디오를 마구 올려대니까..그게 단 줄 알잖나. 누가 버마 언론들의 자금줄이고, 누가 페이스 북이나 유투브를 운영하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무슬림 혐오감정은 지금 전 지구적 문제이기도 하다. 백인 사회의 이슬람포비아 현상도 위험해지고 있다.

– 로힝야 시민권 부여를 지지하는가 ?

법에 따라 처리할 문젠데..

– 1982년 시민권법을 얘기하는 건가 ?

그 법도 복잡하고 문제가 많다. 검투하고 국제기준에 맞게 고칠 부분 고쳐야 한다.

– 시급한 문제라고 보나 ?

의회에서 시급하게 다루면 좋은 일인고.

– 내 말은 당신이 이 법의 개정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느냐는 질문이다.

현재 버마에 현안들이 너무 많아 주요 이슈로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입안자들이 (법 개정) 의지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못할지도 모르고.

– 이 문제에 대한 아웅산 수치의 침묵을 비판하나 ?

수치의 입장 또한 난처하다. 그 어려움을 이해한다. 주요 현안들 해결할 게 워낙 많은데 만일 그녀가 다수의 지지를 잃게 되면 이 나라 ‘민주화 과정’ 자체가 어려워질수도 있으니까. 또한 나는 그녀가 전술적으로 침묵한다고 보지 도덕적으로 침묵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녀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있을 터이고 (무슬림들에게) 심정적으로 동감하고 있을 것이다.

– 그녀가 ‘찰나’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죽어가는데도..

글쎄, 그녀만의 전략이 있겠지..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 마지막으로, 옛날 얘기 하나 하자. 당신은 버마학생민주전선 (ABSDF)이 분열했을때 한 정파 의장이었다. 당시 분열상을 후회하나 ?

당연히 후회한다. 그건 내 삶의 큰 실수 중 하나였다. (분열때문에)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했다.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랑군=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Lee@penseu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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