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2_ 버마 종족·종교 갈등의 현장을 가다 (하) 만달레이주 메이크틸라 학살의 상흔들]
<인터뷰 : 불교 극단주의 운동가 우 위라투>
6년전 이맘 때 버마의 승려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소위 ‘샤프란 혁명’으로 기억되는 그 시위의 앞열에 섰던 한 라까잉 승려는 오늘날 반로힝자/무슬림 전선에 서 있고, 혁명을 주도했던 승려 우 감비라는 종교폭동을 선동하는 인종주의를 거침없는 비판하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고문의 후유증을 짙게 앓아온 우 감비라는 당국의 지령탓인지 받아주는 사원이 없어 승복을 벗었다.
그리고 우 위라뚜. 그는 샤프란 혁명이 벌어지던 시절 감옥에 있었다. 2003년 무슬림과 불교도간 폭력적 충돌을 부추긴 혐의다. 그의 오늘은 여전하다. 여전히 반 무슬림 정서를 부추기며 불교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969 운동’의 대표적 선동가의 삶. 타임지 7월호 표지모델로도 등장했던 그는 타임이 지어준대로 ‘불교 테러의 얼굴’이란 악명과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린 ‘스타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타임지 기사는 그의 추종자들은 물론, 버마 정부, 언론계 등 버마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반발을 불러왔다. 이후 타임지는 판매금지당했다. 이제 그를 가두는 정부는 없다.
8월 하순, 그가 주지승으로 있는 만달레이 마수예인 (Masoeyein)사원을 찾았다. 미소년 이미지에 말끔한 얼굴, 들릴듯 말듯 조용한 말투에 아무리 심기 거슬리는 질문을 던져도 불쾌한 표정을 내비치지 않는 그는 ‘외교술’의 대가였다. 그러나 답변은 반 무슬림 수사로 강고했고, 논리 보다는 ‘증거없는 확언’ 과 괴변이 쏟아졌다. 이 괴변이 많은 불교도들의 맘과 몸을 파고든다는 건 민주화 이행기 버마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음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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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위라뚜는 반 무슬림 보이콧을 벌이는 969운동의 대표적 승려다. 2003년 촉세 지방에서 종교 폭동을 부추긴 혐의로 수감생활 중 지난 해 초 대통령 특사로 석방되었다. 그는 ‘’민코나잉(88세대)과 같이 석방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만달레이 마수에인 사원의 주지승이다. (Photo © Lee Yu Kyung 2013)
– 인터뷰 응해주어 고맙다.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웃으며) 타임지 처럼 써도 된다.
– (웃으며) 그럴 생각이다. 언론자유가 많이 풀린 걸 실감하고 있다. 멕띨라 사건의 한 장면부터 짚어보자. 3월 21일, 사태가 터진 다음 날 군중들을 진정시키는 (‘88세대’) 민코나잉과 한 차량을 타고 다녔던데.
나는 그 전날(20일) 이미 가 있었고, 민코나잉은 다음 날 이른 아침 왔다. 우리가 가지 않았으면 사태가 더 나빠졌을 거다. 최대한 군중들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 불구하고 폭력은 멈추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금은방 언쟁이 그 시작이다. 불교도들이 화가 많이 났다.
– 화가 나도 그렇지. 그 분노 때문에 인명살상이 벌어졌다. 불교도들이 그 폭력에 가담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양쪽다 비난한다. 무슬림 주인이 불교도 손님에게 처신만 잘했어도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불교도들이 분노를 조절할 줄 알았다면 또한 그런 사태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양쪽 모두 이번 사태로 교훈을 얻어야 한다.
– 양쪽을 다 비난한다..
그렇다. 불교가르침에 폭력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법에 따라 다스리면 되는 것이고.
– 며칠 전 토마스 콴타나 유엔인권대사 방문 차량이 멕띨라에서 다시 한 번 불교도 군중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저지당했다. 콴타나는 결국 헛걸음하고 돌아갔는데, 그건 어떻게 보았나 ?
콴타나는 편파적이다. 지난 해 라까잉 사태 이후 그는 무슬림 편이다. 유엔은 그렇게 편파적인 인물을 보내면 안된다.
– 유엔이 다른 인물을 보내기를 희망하나 아니면 유엔대사는 누구라도 거부하나 ?
유엔 전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콴타나가 문제다.

969 승려 우 위라뚜가 휴대폰으로 SNS를 보고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틈만 나면 휴대폰이나 테블릿 PC를 볼 만큼 SNS에 적극적이다. 그가 주도하는 반 이슬람 혐오 스피치는 SNS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공간에서 매우 광범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비평가들은 인터넷 공간이 이슬람혐오를 조장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Photo © Lee Yu Kyung 2013)
– 그의 방문은 버마 정부 초청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렇게 물리력을 행사해도 되는건가?
‘라까잉 (아라칸 주) 사건’ 이후 버마인들의 분노가 나날이 더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편파적으로 가니까.
– 아라칸 주 무슬림들은 이동의 자유도 없다. 무슬림 커뮤니티만 지나치게 마비되어 있더라. 내가 보기엔 그 모습이 편파적으로 보였다.
벵갈리들이 거기서 살고 싶으면 조화롭게 살았어야지. 로힝야연대조직(*) 이 폭력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나서야 한다. 벵갈리들은 어떤 (지하디) 그룹에도 연루되지 말아야 하고.
– 글쎄. 로힝야 무슬림들은 온통 먹거리, 잠자리, 화장실, 물에 대한 염려로 나날을 보내고 있던데. RSO 주장은 착각 아니면 지나친 과장이다.
일반 벵갈리들은 연루 되어 있지 않더라도 울라마 (Ulama, 이슬람 학자)같은 이들이 RSO에 연루되어 있다. 그들의 의제는 억압이다. 왜 로힝자는 근대화된 교육을 받아들이지 않나. 학교를 가란 말이다.
– 빈곤 때문이고 이 나라 교육 시스템이 다 망가지지 않았나. 그리고 시민권이 없고 이동의 자유조차 없는데 당신이 언급한 근대 교육이 가능하겠나
RSO 는 그들이 목표한 바를 이룰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다.
– 라까잉 사태에 이어 발생한 멕띨라, 라시오(샨주), 바고 지역등의 폭력 역시 RSO와 연계된 것으로 보나 ?
멕띨라는 RSO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라시오는 분명하다.
– 이슬람 극단주의를 굉장히 염려하는 것 같은데, 일각에서는 불교 극단주의를 염려한다. 불행히도 당신이 이끄는 969운동이 불교 극단주의로 비판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969운동의 극단주의 운동 아니다. 우리의 정책을 잃어 봐라.
*그는 ‘969 정책’이 담긴 리플릿을 읽으라고 주며 화장실에 갔다 . ‘민족주의’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969 정책, 요약하면 이렇다.
‘969는 극단주의 운동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은 물론 작은 미물까지도 존중한다. 살생과 피 보기를 원치 않는다. 메타 (Metta, 자비)를 전파하고, 민족주의 같은 정치적 의제는 없다. 다른 종교를 모욕하지도 모욕을 부추기지도 않는다.
우리는 또한 여성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여성을 억압하는 이들을 지지할 수 없다.
우리는 세계평화를 옹호하고,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거부한다. 불교가 가르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족주의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법치 (Rule of law)를 지지하며 이기심을 지양한다.
우리는 민족주의를 항상 가슴에 품고 있다. 결혼할 때도 민족주의를 염두해 둬야 한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민족주의의 가치를 숭고하게 담아라.
– 969 정책 모두 읽었다. 관련 질문 두 개 던지겠다.
우선, 여성 인권을 존중한다고 했는데, 최근 당신을 포함한 승려단이 제안한 ‘결혼금지’ 조치 (불교도 여성은 다른 종교의 남성과 결혼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으로 입법 청원을 위해 2백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아웅산 수치조차 이를 비판했다.
미국을 봐라.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나라이고, 피부색에 따라 차별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국익’ 문제에 봉착하면 아프가니스탄에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나. ‘민족주의’을 위해 여성의 권리는 희생시킬 수 있다. 아웅산 수치가 잘못 이해한거다.
– 그래서 미국내 여성 인권과 ‘민족주의’가 어떤 관계라는… ?
미국에서 무슬림들은 이슬람 율법 (Sharia law)을 적용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버마에서는 불교도 여성이 무슬림 남성과 결혼하면 이슬람으로 개종해야 한다. 이점도 미국과 다르다.
– 결혼은 개인의 선택 아닌가. 불교도 여성이 개종을 하더라도 사랑하는 무슬림 남성과 결혼하겠다는데 말릴 재간있나 ?
무슬림 남성들은 여성을 학대한다. 무슬림 남성과 결혼하면 애나 낳고 집안에서 갇혀 지내며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
– 969정책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다. 미물조차 존중한다고 했다. 멕띨라 사태나 지난 해 아라칸 주 학살 당시 승려들이 장대와 장칼을 들고 다른 이의 목숨을 헤치더라. 이건 뭔가 ?
그 승려들은 어떤 불교조직도, 사원도 대표하지 않는다. 지들끼리 저지른 개인행동이다.
– 당신도 영상을 봤을텐데, 그 영상 속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승려가 누군지 찾아내려고 노력한 적 있나? 그런 승려들이 불교 이름을 더럽히고 있지 않은가.
나는 기회 있을때마다 혹은 무슬림 커뮤니티와의 대담에서 이런 승려를 비판해았다.
–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 있다고?
그렇다.
– 당신 설교를 거의 다 봤는데, 승려 폭력 비판하는 말은 못들어봤다.
랑군에서 다이아몬드쉐지를 만났을때 비난하고 유감표명한 적이 있다.
(*다이아몬쉐지 Diamond Shwe Kyi는 다이아 몬드 숍을 운영하는 무슬림 사업가이자 평화와 우정 네트워크 대표이다. 최근 3차례에 걸쳐 우 위라뚜를 만나 소위 ‘종교간 대화’를 나누고 ‘평화협정’ 사인도 했던 인물이다. 여타 무슬림 단체들은 그가 대표성이 전혀 없고, 유명세에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 왜 지금과 같은 중대 시점에 종교 분쟁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나?
배후에 어떤 정치적 의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라까잉 사태에서 분명히 드러난 건 불교도들이 희생물이 되어 간다는 점이다.
– 전 군사정권의 강경파들이 민주화과정 훼방 놓으려 배후조종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 가설에 따르면 당신과 당신이 주도하는 969운동이 그 강경파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날 오해한다. 킨윤 (*전 총리이자 군정보국장) 과 친하다는 등. 내 배후는 군장성들이나 권력 집단이 아니라 빈민들이다. 빈민 중에서도 빈민, 그들이 나를 따른다.
– 킨윤과 친분은 정말 없고 ?
랑군에서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내가 전 군사정권의 실세들을 모아놓고 다시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설교를 했드랬다.
– 이 분쟁 배경의 또 다른 가설 중 하나는 중국계에 대한 대중들 반감을 무마시키려 반 무슬림 감정과 폭력 사태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견해는?
무슬림과 비교해볼 때 중국계나 중국인들은 우리 문화, 사회 제도, 종교를 공격해 오진 않는다. 중국인들은 매우 영리해서 돈벌이에만 몰두한다. 그건 우리 버마인들의 약점이기도 하고 배울 점이기도 하다.
– 아웅산 수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인도의 소냐 간디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되기 보다는 그냥 한 당의 당수로 정책을 입안하고 도덕적 정치를 지속하고 단지 아이콘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좀 더 실천하고.
만달레이 (버마) = 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Lee@penseur21.com
취재지원 리영희재단
* RSO, 80년대 초반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로힝야 무장그룹. 방글라데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존재감은 미미하고 활동이 도드라진 적도 거의 없다. 특히 아라칸 주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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