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찌마는 초등학교 6학년

[2011.03.25 제853호]

[창간 17돌 기획] 헤어드레서를 꿈꾸는 캄보디아 소녀 찌마의 걱정
“가족의 건강과 부족하기만 한 물·음식”

분홍 손목시계가 비눗물 범벅 대야 속을 휘젓고 다녔다. “방수되는 거예요.” 시계가 비눗물에 젖는 걸 걱정하는 기자에게 “노 워리!”라고 안심시키며 빨랫감을 비벼대는 라 찌마. 찌마는 최일도 목사의 ‘다일공동체’ 초청으로 2010년 4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시계는 그때 받은, 자랑하고픈 선물이다. 시엠리아프 빈민가, 톤레사프 호수 인근 아이들에게 점심을 제공해온 다일공동체에서 찌마는 3년째 밥을 먹고 있다.

열일곱살 찌마 (사진 앞줄 가운데) 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같은 반에서 늦깎이 공부하는 17살 왕언니 세명 (사진 앞줄)이 심드렁하게 앉아 있다. (Photo @ Lee Yu Kyung)

10살부터 17살까지 한 반에

3월12일, 찌마를 따라나섰다. 아침 6시30분에 찌마의 집을 떠나 약 15분을 걸어가니 ‘프놈크롬수원 초중학교’에 닿았다. 7시부터 30분간 운동장 체조, 7시40분 1교시 시작. 첫 시간은 크메르 문학 시간이다. 찌마는 1994년 10월4일생이다. <한겨레21>과 동갑내기인지라 고등학교 1학년쯤 다닐 법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6학년 오전반에는 10살, 11살, 12살, 13살…, 17살 먹은 왕언니 3명까지 40여 명 급우들의 나이가 참으로 다양했다. “괜찮아요. 잘 어울려 놀아요.” 찌마는 여러 해 휴학기를 거쳐, 몇 년 전 이주해온 시엠리아프에서 초등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이 아플까봐 고민이고, 먹을 게 넉넉지 않아 고민이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저녁을 못 먹어요.”

캄보디아 소녀 찌마. (Photo @ Lee Yu Kyung)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에서 운전사로 일하는 아버지의 월급이 50달러(비수기는 40달러), 다일공동체 부엌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월급이 60달러, 이렇게 총 100~110달러(약 12만원)에 찌마네 아홉 식구의 생계가 달려 있다. 저녁 밥상을 할 수 없이 건너 뛸 때면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얘들아, 점심을 많이 먹었잖니.”

토요일은 다일공동체 점심이 쉬는 날, 찌마가 집에서 조촐한 점심을 먹고 있다. (Photo @ Lee Yu Kyung)

찌마의 답변은 자꾸 먹을거리로 흘렀다. 17살이 좋은 것은 “별로 없다”. 17살이 나쁜 건? “괜히 철만 더 들어 가족 건강과 먹을거리 문제에 대한 걱정”이 커졌단다. 그러다 고민 하나를 더 털어놓는다. 크메르어 받아쓰기가 조금 어렵고 역사책을 읽을 때 이해 안 되는 단어들이 튀어나온단다. 하지만 학교 생활은 만족스럽다.

오전 10시. 둘째 시간이자 마지막 수업인 사회 시간. ‘제40장, 농민과 노동자’라는 주제를 칠판에 적은 선생님이 캄보디아 1500만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농민과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농민은 정직합니다. 서로 협력해 열심히 일하고….”

초등학교 6학년 크메르 문학시간. 한 여학생이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Photo @ Lee Yu Kyung)

쉬는 시간. '공기놀이'하는 학생들 (Photo @ Lee Yu Kyung)

괜스레 연상되는 건 급진 좌익 무장단체 크메르루주다. 1975년 4월 ‘농민이 주인 되는’ 공상적 사회주의를 품고 수도 프놈펜으로 진군해, 인민들을 강제 노역장으로 이주시키고 지식인의 씨를 말렸던 학살자들. 30여 년이 지난 오늘, 살아남은 이들과 후세대의 생존 투쟁은 여전히 지루하고 눈물겹다.

깨끗한 화장실을 갖고 싶어

찌마에게 물었다. 사회에 바라는 게 무엇이냐고. “화장실이 제대로 된 집에서 살고 싶어요. 먹을거리도 넉넉하고 깨끗한 물도 콸콸 나왔으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는 일곱 가족이 펌프 하나를 공유해요. 그나마 우리는 (20ℓ에) 1달러짜리 저 물이라도 사 먹지만, 톤레사프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마실 물 문제가 심각해요.”

헤어드레서가 되고 싶은 찌마는 대학도 가고 싶단다. 대학까지 마치고 나면 30살이 되는데? 반문하니, 생각에 잠기다 입을 열었다. “음… 그렇다면 대학보다는 헤어드레서 되는 게 더 중요해요. 아버지가 미장원을 차려준다고 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장은 꼭 따야겠어요.”

시엠리아프(캄보디아)=글·사진 이유경 분쟁전문기자

Published by <HanKyoReh21> at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92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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