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과 아프간 딜레마

최근 저는 <미디어 오늘>과 아프간 파병을 주제로 서면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전화로 보충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아래 인터뷰 기사 링크입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840

그간의 경험으로 보자면, 제 인터뷰 기사에는 ‘예외 없이’ 크고 작은 오류와 왜곡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악의적인 왜곡이나 오보가 아닌 ‘실수’였다고 굳게 믿습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한 대학생 잡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발행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서른살까지 언론고시를 준비하다가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섰다는 식으로 썼습니다. (호호호) 기자의 상상력이 너무 깊었던 거겠죠. 아무튼 제 3류 배경으로 그 문을 두드릴 수 없다는 걸 일찌감치 파악한 데다, 동의하기 어려운 언론고시 체계에 몸과 정신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던 제가 민언련과 함께 했던 20대의 역사는 그 기사 한줄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프간 파병을 다룬 이번 <미디어 오늘> 인터뷰 기사에는 큰 컴플레인 없습니다. 다양한 여론 형성을 시도하기 위한 <미디어 오늘>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한가지 찝찝한 건 ‘국익’에 대한 방점이 너무 강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댓글도 ‘국수주의적 시각’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 일부 마쵸들의 댓글이 아니라면 – 물론 저와 인터뷰한 내용을 기자의 언론 모니터와 엮어 쓴 기사라 기자의 시각을 중심으로 기술했을 거라 이해하며…

이 참에 파병에 대한 저의 소견을 짧게 나마 보충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군 파병문제의 기준을 ‘국익’으로 따져보는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습니다. 저는 해외 파병은 무조건 안된다는 감성주의적 평화주의자도 아니며 해외 파병을 전부 제국주의적 개입으로만 보는 극좌파도 혹은 민족주의적 좌파도 아닙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1999년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 군의 횡포와 인도네시아 군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끔찍한 폭력으로 불바다가 되고 있을 때 동티모르인들은 다국적군의 파병을, 국제사회의 개입을 절절히 요청했지요. 호주의 ‘극좌’ 조직들은 파병을 무조건 반대했고, ‘건설적’ 좌파 조직들은 파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저 역시 다수의 생명을 살리고, 약자 혹은 소수 커뮤니티에 대한 학살을 막으며 인도주의적 임무와 재건 임무를 수행하는 파병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 없다고 봅니다.

물론 ‘군복’들의 파병은 어떠한 경우에도 대단히 신중해야 합니다. 평화유지군이 점령군 행세를 해왔던 비꼬인 역사도 적지 않습니다. 평화유지군이 현지 여성을 강간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2007년 아이티에 파견된 스리랑카 사례인데, 뉴스를 접하고 버릇 못준다 생각을 하며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많은 타밀족 여성들이 스리랑카 정부군의 강간에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이죠. 관련 기사 : http://news.bbc.co.uk/2/hi/south_asia/7076284.stm )

아울러 구호물자와 구호 활동과 국가재건이 필요한 곳이라면 군복보다는 민간복을 파견하는게 훨씬 더 방점을 두어야 할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전후 혹은 전쟁 중인 국가 대부분이 절실하게 필요한 ‘국.제.사.회.’는 바로 이런 구.호.영.역.입니다. 아프간이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구호가 절절하게 필요한 상황이지요. 그러나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 80%가 군과 무기 쏟아부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9만 군대 중 단 한개의 여단도 독립적인 작전을 펴기 어려운 수준이라니! 대단한 실패 아닙니까?  그중 70%가 문맹이라 정밀 무기 사용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여, 오늘 날 아프간의 실패는 첫 단추를 잘못 낀데서 온 예고 된 것이기도  하지만, 설상가상 구호활동과 국가재건의 실패와 일관된 정책 부재까지 겹쳐 작금의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잘못끼어 들어간 단추들을 읊어볼까요?

1)       2001년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은 탈레반 파시스트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면 전쟁 범죄자급 북부 동맹 군벌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북부 동맹 군벌들은 인도, 터키,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국가들, 이란 등등 주변 국들의 지원을 받으며 90년대 초반 ‘무장권력투쟁’을 벌여 아프간을 초토화시킨 장본인들입니다. 이런 무법천지 쑥대밭 상황이 탈레반이라는 종교광신주의 정치집단의 탄생을 야기하였지요. 결국 2001년 벌인 대 탈레반 전쟁은 ‘파시스트’ 정권을 ‘전범’정권으로 바꾸어 놓은 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90년대 군벌들이 만들었던 쑥대밭은,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이래 ‘다시 돌아온 군벌들’ 에 의해 ‘아편밭’이 되었습니다. (아래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section-021027000/2007/05/021027000200705170660012.html

2)      아프간 의회, 정부, 지방정부, 마을 구석구석을 이 끔찍하고도 부패한 범죄자들이 주무르는 바람에 민간인들은 숨죽여 지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군벌들의 폭력에 진짜 숨을 죽여왔습니다. 여성들은 이런 군벌들의 강간위협에 시달립니다. (아래 관련 비디오)

http://www.youtube.com/watch?v=9yFiHkhv-UE

http://www.youtube.com/watch?v=Z3A8stwELJU

3)     미국과 동맹국들은 부르카로부터 여성을 해방시켜주겠다는 그럴듯한 명분도 들이대며 대 탈레반 전쟁을 벌였지요. 사회적 발언으로 유명한 인도작가 아룬다티 로티는 이 부르카 해방 전쟁을 두고 “미 해병대가 페미니스트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며 시원하게 비꼬아 준적이 있습니다. 그 페미니스트미션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여성들은 여전히 부르카를 두룹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다소 어이없게도 동냥할 때 쪽팔림을 막기 위해서 두룹니다. 구호와 재건 실패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그림이죠. (아래 관련 기사)

https://penseur21.wordpress.com/2009/04/09/%e2%80%98%eb%b6%80%eb%a5%b4%ec%b9%b4%e2%80%99%eb%a1%9c%eb%b6%80%ed%84%b0%ec%9d%98-%ed%95%b4%eb%b0%a9/

http://www.ingopress.com/ArticleRead.aspx?idx=302

http://www.hani.co.kr/section-021019000/2007/05/021019000200705030658061.html

반면 아프간에 넘치고 넘치는 (한 때는 천개가 넘었다는데, 제가 취재하던 2007년 기준으로 보면 ‘수백 개’) 엔지오들은 카불의 가장 비싼 ‘동네’에서 벽 높은 빌딩을 짓고 빌딩 안에서 온갖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안전을 이유로 현장 활동을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 물론 값진 구호사업을 벌여온 엔지오들이 전무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2년 전 한국인 23명 납치 사건 정국으로 시끄러울 당시, 제가 한국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던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시내의 ‘힐라 병원’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도 이런 관점에서입니다. 현지인들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의료사업을 하고 있었으니깐요. 그들이 뒷마당에서는 선교를 하네마네 꿍꿍이를 따져 묻는 언론들이 잇었지만 제게는 그게 언론의 ‘먹물 근성’으로 보였습니다.

4)      외국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 증가는 아프간 정책 실패의 결정적인 폭탄입니다.

http://www.hani.co.kr/section-021019000/2007/05/021019000200705170660055.html

http://www.ingopress.com/ArticleRead.aspx?idx=307

아래는 제가 미디어 오늘에 보냈던 서면 인터뷰 내용 일부 정리한 것입니다. 아프간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한국군 파병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 그리고 ‘내용있는 파병 반대운동’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Penseur21 – 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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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이하 ‘미’) >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7월 지방재건팀(PRF)를 보호할 320명 내외의 병력을 2년6개월 간 치안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인 아프간 파르완주에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갱 : 어리석고 뜬금없다. 아프간의 치안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부패한 관료들과 ‘인권침해의 챔피온’ 군벌들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 국제 사회의 정책 혼선과 전략 부재, 다국적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등등으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프간) 탈레반 세력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공신력있는 정보에 따르면 아프간 전체 34개 지방 중 11개 지방이 탈레반 통치하에 있으며 나머지 지역에서도 물론 탈레반이 출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제대로 된 논의나 검증 한 번 거치지 않고 2년 반이라는 장기 파병을, 그것도 재 파병을 하는 것 아닌가. 현장 실사는 얼마나 꼼꼼히 했는지, 아프간 정세에 대해서는 얼마나 깊이있게 파악하고 있는 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외부의 압력이 그리 거세게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데다, 철군이 대세인 국제 여론을 고려해보면 뜬금없다.

그리고 모순적이다. 2년전 탈레반의 한국인 대량 납치 사건 직후 한국 정부는 ‘한국인 전원’ 철수 방침아래 군대는 물론 기자, 교민 등등 철수시켰다. 그리고 아프간을 여행 금지국으로 설정하여 기자들의 취재길, 구호기관들의 활동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아프간 처럼 국제 뉴스의 핵이 폭발하는 현장을 정부의 조치때문에 가지 못가는 기자는 한국기자밖에 없을 거이며, 아프간처럼 구호가 절실한 나라에 구호인력을 파견하지 못하는 나라도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상대적 안전 운운’하며 군대만 보내는 건 얼마나 모순인가. 그 군대 파병이 한국인의 신변을 위험헤 빠뜨리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하는 요소 아닌가.

미 :  파르완주의 치안이 안전한 지 궁금합니다. 아프간 다른 지역은 안전합니까.

갱 : 기본적으로 아프간에 안전지대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물론 어디가 ‘덜 위험한가’ 정도의 차이가 과거에는 유효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카불 공항까지 공격하고 (9월 8일), ISAF 본부는 물론 (8월 17알) 유엔 게스트 하우스 (10월 28일) 까지 공격하는 판에 이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란 무의미 해 보인다. 지금 예로 든 세 곳은 치안이 철통 같은 곳이다. 게다가 몇 년전까지만 해도 탈레반 세가 없던 북부 쿤두주 지방 (독일군 주둔)에서도 탈레반이 심심찮게 출몰하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아프간의 치안을 어지럽히는 게 탈레반 세력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악명 높은 군벌인 굴부딘 헤크메따아르의 무장 세력도, 하카니라는 인물이 이끄는 ‘하카니 네트워크’도 카불 정부와 외국 군대를 심심찮게 공격하고 있다. 물론 알카에다도 있다. 그리고 아프간 전역은 다양한 파벌로 나뉜 무장 군벌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도 외국인을 포함한 납치, 폭력 사태에 연루되는 이들이다.

미 : 탈레반이 지난 9일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들에 전자우편으로 성명을 보내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 병력을 보낸다면 나쁜 결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정부는 안전대책을 철저히 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의 경고, 실현가능성 있습니까.

갱 : 당연! 가능성이 있다. 그들이 실패하길 바라지만, 가능성은 제법 높다고 본다.

미 : 당시 (2007년) 아프간 취재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취재 뒤 어떤 점을 느끼셨습니까.

아프간은 뉴스 거리가 무궁무진한 곳이며 외신을 취재하는 기자라면 누구나 ‘매력적’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는 현장이다. 버마나 스리랑카처럼 기자들을 옥죄는 환경도 거의 없다. 안전이 가장 문제인데, 철저한 정보수집과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 할 마음의 준비만 한다면 취재하기 나쁘지 않다. 취재 후 느낀 점은 2001년 미국과 동맹국들이 ‘부르카로부터 해방’ 을 내걸고 벌인 전쟁이 얼마나 실패했는가를 부르카를 두르고 동냥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미 :  아프간 현지에서 미군이나 한국군에 대한 정서는 어떻습니까.

갱 : 2007년만 해도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치안이 상대적으로 낳은 카불은 다국적군을 ‘필요악’정도로 봤고, 탈레반 강성 지역인 남부는 반미, 반 외세 정서가 강하다. 한국군에 대한 정서를 특별히 파본적은 없어 잘 모르겠다. 여러 정황과 보도로 볼때 지금은 외국군대에 대한 정서가 의심의 여지없이 더 나빠졌다.

미 : 한국 언론 보도를 챙겨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하신다면 최근 정부의 아프간 파병 결정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의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갱 : 한국 언론 국제 보도를 최대한 챙겨보는 편이지만, 안타깝게도 특파원 조차 외신 의존도가 높아 별로 참고할 만한 게 없다. 이런 흐름이 기본이고 대세인데, 불현듯 나 버린 파병결정에 불현듯 깊이와 전문성 있는 기사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익을 위한 파병’ 같은 ‘국가주의적’ 의제외에는 별다른 의제 설정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뭐 좀 분석해보려는 노력하는 언론정도가 ‘중동 전문가’ 를 활용하는데, 아프간은 중동이 아니다. ‘아프간 탈레반’은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서 세를 키우는 알카에다하고도 연결망이 있지만, 아프간 영토가 역사적으로 뿜어온 특유의 민족주의적 저항 색채와 종교적 광신주의를 기반으로 한 파시스트적 성격이 결합된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현장발 보도가 아니라는 전 언론의 공통점을 감안한다면 한겨레가 상황에 대한 이해나 전문가적 식견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다고 본다.

미 : 미국의 아프간 추가 파병 결정을 해외 언론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갱 : 해외 언론도 다양할 터인데, 공신력있는 분석과 보도에 기준으로 본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대 아프간 전략이 현실성 없음을 지적하거나 의구심을 표하는 분위기다. 이라크에서 철군을 명한 오바마가 아프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실험 정도로 관찰하는 것 같다. 오바마는 3만명 파병을 발표하며 이미 2011년 7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군 시작을 언급했다. 이들 언론은 향후 18개월간 아프간 군과 경찰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 한 미군이 떠난 자리를 그들이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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