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치안위기속..로힝야 ‘인종청소’ 계속된다

 – 아웅산 수치, 유엔파견 진상조사단 입국절대로 허용치 않겠다”    

 – 로힝야 반군, “우리쪽에선 안전 보장하겠다”며 환영      

편집자 주 : 아래 기사는 시사IN 515호 발행본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기사의 제목과 일부 내용은 발행본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방콕·이유경 (프리랜서 기자) 2017년 08월 01일 화요일 시사IN 제515호 

우라뮌(60)씨는 미얀마 북서부 아라칸 주(Arakan State) 시트웨(Sittwe)시 외곽에 자리잡은 로힝야   ‘피난민(IDPs)캠프’에 살고 있다. 7월 4일, 그는 과거 알고 지내던 라까잉족 변호사로부터 보트를 구입하는 문제로 시내와 인접한 부둣가로 갔다. 이웃 6명과 함께였다. 차로 5분 거리 밖에 안되지만 로힝야들이 캠프를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캠프 안과 밖을 잇는 검문소는 허가를 받아야 통과할 수 있고 뇌물을 주고 경찰차에 올라 시내로 이동하는 게다.

그렇게 나간 시내에서 우라뮌 일행이 부둣가에 모습을 드러내자 100여명의 라까잉 불교도들이 벽돌로 공격을 가했다. 우 모누(60)씨가 즉사했고 중상 2명을 포함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라뮌씨도 머리와 눈부위를 크게 다쳤다. 그의 이웃 샤피(가명)는 사건 발생 일주일 후 기자와의 메신저 교신에서  “(우라뮌씨는) 시트웨 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이틀만에 캠프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우라뮌_7.4공격으로 머리부상_사진제공_로힝야주민_01

7월 4일 공격으로 머리와 눈을 다친 로힝야 우라뮌씨는 전직 경찰관이다. 대부분의 로힝야는 무국적자지만 우라뮌씨처럼 나이 지긋한 세대는 전직 경찰도 있고, 전직선생도 있으며, 심지어 90년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1982년 새 시민권법에 따라 시민권을 박탈당하기 전까지 로힝야들도 미얀마 국민이었다. (사진 제공 : 시트웨 로힝야 주민)

게토에 갇혀사는 로힝야, 시내에 모습 드러내자 벽돌 공격            

7월 4일 공격은 아라칸 주 치안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중에 발생했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아라칸 주 북부의 마웅도(Maungdaw) 타운쉽 등 로힝야가 다수로 거주하는 지역에선 로힝야와 라까잉족간 폭력을 조장하는 수상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일례로 로힝야 망명언론 <로힝야 블로거>는 지난달 24일 마웅도지역 로힝야 마을 ‘쿤폭퓨주(Kyun Pauk Pyu Zuu)’에서 라까잉족 남성 4명이 나타나 ‘로힝야 괴한’ 네명이 공격을 받았다고 첫 보를 날렸다. 이틀 후인 26일, 이번에는 군인과 경찰을 대동하고 장칼과 장대등으로 무장한 100여명의 라까잉 폭도들이 같은 마을에 들이닥쳐 로힝야 남성 18명을 살해했다는 게 후속보도였다. 이틀 전 사건의 보복으로 비춰졌다.

시트웨_로힝야_경찰총격부상_치료불가_사진_이유경_2013

2012년 로힝야 무슬림과 라까잉불교도간 폭력 사태가 로힝야 학살로 이어진 이후 두 커뮤니티는 앙숙이 됐다. 그때 이후 시트웨시 외곽 피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피난민 약 14만명은 의료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8월 경찰 총격에 부상을 입고도 하루가 지나서야 자전거에 실려 병원으로 가는 부상자 ⓒ Lee Yu Kyung

주목할 점은 24일 ‘라까잉 족 네명이 로힝야에 공격받고 두명이 숨졌다’며 불교도들을 자극할만한 메시지를 올린 건 아웅산 수치의 국가자문역(State Counsellor) 사무소였다. 로힝야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세군’(Arakan Rohingya Salvation Army, 이하 ‘ARSA’)는 자신들은 그 공격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두 커뮤니티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한 정부군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맹비난했다. <로힝야 블로거>는 후속보도에서 24일 로힝야 마을에 나타난 “라까잉 민간인”은 사실 사복입은 버마군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공격자와 선동하는 이의 정체가 모호하고 팩트체크 자체가 거의 불가한 가운데 커뮤니티간 폭력이 조장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마웅도 지역에서는 “테러리스트” 잡는다는 미명하게 정부군에 의한 민간인 가옥 방화와 사살 등의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저강도 게릴라전’의 이 전형적 모습이 지금 로힝야 지역에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현 사태의 즉각적 발단은 지난 해 10월 9월 로힝야 무장반군이 경찰초소 세곳을 공격한데서 시작됐다. 공격 직후 미얀마 정부군은 이른 바 “청소작전”을 감행했다. 약 4개월 반동안 75,000명의 로힝야들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고 사망자는 천명단위로 추산됐다. (참고로 아라칸 로힝야 인구는 100만명 내외) 지난 2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OHCHR)이 발표한 ‘긴급(FLASH) 보고서’는 이 기간 정부군에 의한 집단 강간, 방화, 고문과 학살 등의 증언을 상세히 담았다. 이러한 상황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도주의적 위기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식량기구(WFP)는 지난 해 10월 이후 현장조사를 토대로 마웅도 지역 5세 미만 어린이 8만여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향후 1년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라칸로힝야구세군_ARSA_총사령관_AtaUllah_극좌

지난 해 10월 9일 국경 경찰초소 3곳을 공격하며 활동을 시작한 로힝야 반군 ARSA. 프로파간다전에 적극적이다. (영상 캡쳐)

미얀마 정부는 자국에 쏟아진 모든 비난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대통령령으로 자체 구성한 ‘마웅도 지역 조사위원회’ (Maungdaw Region Investigation Commission)는 초안보고서에 청소작전 동안 “학대나 강간이 발생한 증거는 없다”고 적었다. 또, “식량 상황도 긍정적”이라며 “영양실조 사례는 없다. 왜냐하면 이 지역이 고기잡이와 농사 짓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을 내놨다.

3월 24일 유엔인권이사회가 미얀마에 ‘진상조사단 (Fact Finding Mission) 파견’을 결의한 건 바로 국내 조사위가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는 3명의 조사위원들에게 절대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공표했다. 유엔의 진상조사위 구성을 강하게 권고했던 이는 미얀마 인권보고관 이양희 성대 교수다. 이 보고관은 7월 10일부터 21일까지 6차 현지 조사에 나섰다. 그가 입국하자마자 미얀마 정보부는 “혹여라도 유엔진상조사단 역할을 대신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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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수치의 직함은 국가자문역(State Counsellor)이다. 사실상 미얀마 최고 지도자다. 국가자문역 사무소는 로힝야 지역 군 작전상황이나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부지런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난 해 정부군의 로힝야 지역 “청소작전” 당시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로힝야 여성 사례를 두고 “가짜 강간”이라며 올린 이 포스팅도 그중 하나다.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페이스북 캡쳐)

격세지감이다. 6년전 아웅산 수치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낸적이 있다. 2011년 6월, 자국의 인권침해에 대한 유엔진상조사단 파견을 환영했고 같은 해 5월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여성수상자 대회’를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내 나라에서 강간은 전쟁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그저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여성들, 특히 소수민족 여성들에 대한 군의 강간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로부터 5년뒤인 지난 해 12월, 국가자문역 사무소는 정부군에 강간당했다며 용기내어 증언한 로힝야 여성의 사례 하나를 콕 집어 “가짜 강간”(Fake Rape)이라고 ‘대문짝만한’ 글씨로 매도했다. 전시 성폭력과 같은 엄중한 인권 문제를 두고 수치 사무소는 피해자의 증언이 번역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을 핑계삼아 피해자 비난 논리를 편 것이다.

정부 vs. 로힝야 반군 프로파간다전 계속 

한편, 국영언론 <글로벌 뉴라이트오브 미얀마>(이하 ‘글로벌 뉴라이트’)는 7월 1일자에서 지난 해 10월 9일 이후 올해 6월 26일까지 “테러리스트”가 살해한 민간인 숫자는 총 38명, 실종 및 납치 사례도 22건이라 보도했다. 마을 이장 등 주로 ‘정부스파이’로 의심받는 이들이 희생됐다. 그러나 반군ARSA는 자신들이 민간인을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며 연루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무장단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6월 26일 ‘아라칸 액션 그룹’(Arakan Action Group)이라 자칭한 십여명의 젊은이들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바로 정부 스파이들을 제거한 장본인”이라 말했다. 이들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다만, ARSA의 그간 성명을 종합해보면 로힝야 무장단체는 복수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반군을 자임하는 이들이 복수로 등장하고 이를 구실로 민간인에 대한 살상과 인권침해가 고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지난 40년간 제도적으로, 군사적으로 진척시켜온 로힝야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관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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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슬람교도 로힝야족과 불교도 라카인족 간 충돌로 200명 이상이 숨지면서 종족 갈등이 증폭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로힝야족이었다. ⓒ Lee Yu Kyung

게다가 애초 마웅도 지역 중심으로 펼쳐지던 폭력 사태는 최근 부띠동타운쉽으로 지리적 확산도 보이고 있다. 부띠동 타운쉽은 ‘아라칸 군’(Arakan Army)이라 불리는 라까잉족 불교도 반군도 활동의 흔적을 보이는 곳이다. 아라칸 군은 정부군에 맞서 싸우지만 동시에 로힝야에 대해서도 종족적-종교적 적대감을 지니고 있다. 로힝야 무슬림에 적대적인 라까잉족 불교도 다수는 아라칸 군을 민족의 군대로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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