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자경단 테러 배후는 집권 인도국민당?

인도 힌두교도들의 ‘소 자경단’ 횡포가 극심하다. ‘소가 구조되면 국가도 구조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소가죽을 벗기는 것이 직업인 하층민을 폭행하고, 무슬림을 공격한다.

방콕·이유경 (프리랜서 기자) 2017년 06월 01일 목요일 시사IN 제506호
인도의 달리트(카스트제도 밖에 존재하는 최하층 신분) 운동가 지그나시 메바니는 지난해 7월11일 구자라트 주 우나 지구에서 발생한 ‘달리트 채찍질 사건’을 보며 극단주의 힌두교도들인 ‘소 자경단’ 확산을 직감했다.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 보호주의자를 자처한 폭도들은, 자연사한 소를 운반하던 달리트 4명을 급습했다. 이들은 달리트들을 차에 묶고 웃옷을 벗긴 뒤 채찍질을 가했다. 희생자들은 소가죽을 벗기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다. 희생자들은 죽은 소 운반에 필요한 서류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폭행을 멈추지 않았고 그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개했다. 소를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며 경고를 한 것이다.
우나 사건은 오랜 세월 억압받아온 달리트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달리트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최소 17명의 달리트가 항의하며 자살을 시도했다. 실제 이 가운데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한 달 후 8월6일부터 열흘간 구자라트 주에서는 ‘2만 달리트 행진’도 이어졌다.

인도는 전체 29개 주 가운데 7곳이 소를 도축하거나, 운송 또는 먹는 걸 법으로 금지했다. 올해 3월 관련법을 개정한 구자라트 주는 소 도축을 하면 최소 10년에서 최대 종신형까지 처벌을 강화했다. 사람을 살해했을 때와 똑같은 형량이다. 소가 자연사하면 그 처리를 합법화했다. 인도의 소가죽 산업은 연간 120억 달러 규모이고 주로 달리트와 무슬림이 종사한다.

우나 사건을 계기로 달리트들은 죽은 소를 구청 사무소에 던져놓는다든가, 소가죽 벗기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저항했다. 대신 이들은 정부가 (달리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지그나시는 정부가 달리트 한 가정당 토지 5에이커(약 6100평)를 제공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와 한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땅 문제를 제기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카스트는 토지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땅을 가진 지주는 상층 카스트이고, 땅이 없는 달리트는 (일용직 소농으로 일하며) 착취당하고 있다. 우리는 카스트로 인해 사회적 차별뿐 아니라 경제적 착취까지 이중으로 당하고 있다. 그동안 달리트 운동은 경제적 측면을 잘 깨닫지 못했는데 그걸 상기시키고자 땅 문제를 들고나왔다.”

그는 최근 잇달아 출몰하는 ‘소 자경단’의 배후로 힌두 극우 정당이자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모디 정권을 지목했다. 다른 정권에서도 달리트에 대한 공격이 없지는 않았지만, 최근처럼 빈번하게, 또 체계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지그나시는 “소 자경단은 분명히 최근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 국가범죄기록부(NCRB)에 따르면 모디 정권하에서 달리트를 겨냥한 범죄는 증가했다. 2010년 (의회당 집권 당시) 3만2712건이던 달리트에 대한 범죄는 2014년 모디 집권 첫해에만 4만7064건을 기록했다. 44% 증가한 것이다. 이 범죄 중 30%가 인도국민당이 집권 중인 라자흐스탄, 마디아프라데시, 구자라트 그리고 차티스가르 주에서 발생했다.

소 자경단은 달리트뿐 아니라 무슬림도 공격했다. 지난 3월31일 라자흐스탄에서 농부인 펠루 칸 씨(55) 일행 5명이 소와 함께 이동하던 중에 소 자경단한테 공격을 받았다. 소 자경단은 이들이 “소를 도축하러 가는 길”이라며 구타했다. 펠루 칸은 폭행당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를 체포하는 대신 피해자 5명을 ‘라자흐스탄 소 도축금지 및 운송수출규제법(Rajasthan Bovind Animal Act, 1995)’ 위반으로 사법처리했다. 게다가 인도국민당이 집권 중인 라자흐스탄 주정부는 물론 일부 정치인들도 소 자경단을 옹호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펠루 칸 사례를 비롯해 지난 2년 동안 소 자경단의 폭력으로 사망한 무슬림이 알려진 것만 최소 10명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테러는 2014년 총선 당시 모디의 인도국민당이 힌두 이념과 연계된 공약을 내세우면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대표 공약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고대 도시 아요디아에 힌두 ‘람 사원’을 세우겠다는 약속이다. ‘아요디아 사태’라 불리는 이 문제는 1992년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바브리 모스크 자리가 힌두 라마신의 탄생지라며 400년 넘은 모스크를 파괴하면서 시작됐다. 힌두-무슬림 폭동이 이어졌다. 그때부터 아요디아는 인도 내 화약고나 마찬가지였다. 요즘 우타르프라데시 주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월19일 모디 총리는 힌두 사제인 요기 아디티아나트를 주지사로 임명했다. 요기는 지난 2002년 ‘힌두 유바 바히니(‘힌두 청년의 힘’이라는 뜻)’라는 극단주의 단체를 만든 장본인이다. 요기는 주지사로 임명되자마자 불법 소 도축장과 정육점을 단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이 만든 ‘힌두 유바 바히니’가 공권력과 함께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힌두 이념 강조하는 집권당도 탄압 부추겨 

모디의 인도국민당은 70년 가까이 파키스탄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잠무카슈미르 주에 제한적 자치권을 부여한 헌법 제370조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제한적 자치마저 폐지 절차를 밟겠다는 건 카슈미르 분쟁을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게다가 모디 집권 후 잠무 지역까지 소 자경단이 출몰하고 있다. 2015년 10월9일 석탄 트럭을 몰던 열여덟 살 자히드 바트가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던진 ‘가솔린 폭탄’으로 사망했다. 폭도들은 그가 소고기를 운송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버펄로, 소, 염소 등 가축과 함께 이동하며 살아가는 이 지역 유목민들도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21일 아홉 살 소녀와 일흔다섯 살 할머니가 포함된 구르자르 유목민들은 잠무 지역에서 경찰 초소 구실을 하던 트럭에 머물고 있었다. 소 자경단원들은 이들이 피난처로 삼은 트럭을 공격했다. 잠무 지역에 있는 미얀마 출신 로힝야 난민촌까지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4월14일 새벽 힌두 극단주의 지역 정당인 ‘J&K National Panthers Party(이하 JKNPP)’ 소속 당원들은 로힝야 난민촌에 불을 질러 캠프 8개를 태웠다. JKNPP는 ‘로힝야와 벵갈리 추방’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모디의 인도국민당은 지난 총선 때 ‘소 보호’ 공약도 내세웠다. 람 사원 건설과 헌법 제370조 폐지는 선거 때마다 언급해왔지만 ‘소 보호’ 공약은 지난 2014년 총선 때 처음 포함됐다. 당내 ‘인도 소 개발부’는 “소가 구조되면 국가도 구조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소를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을 입안하거나 강화하겠다”라고 공약했다. 이제 ‘소 자경단’ 테러는 동북부 아삼 주까지 번졌다. ‘소를 훔쳐서 도축하려 했다’고 의혹을 받은 무슬림이 맞아 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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