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아시아의 최장기 ‘독재자’다. 32년 동안 수백명으로 추산되는 비판 세력이 국가폭력에 목숨을 잃었다. 그의 직계가족은 114개에 달하는 민간 기업을 손에 쥐었다.

2014년 캄보디아 프놈펜지방 법원 앞에서 당시 야당대표 삼렝시 공판을 앞두고 시위하는 시민들. 훈센정권이 비판세력을 겨냥한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캄보디아 법원 앞은 시위대로 북적거릴때가 많다. ⓒ Lee Yu Kyung
훈 센 총리는 아시아의 최장기 ‘독재자’다. 1985년 권좌에 오른 뒤 30년 넘게 통치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도 낯선 통치자는 아니다. 그의 롤모델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는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의 경제발전을 위해 여러 사례를 연구했다. 그중 한국이 캄보디아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델을 많이 따랐다”라고 말한 바 있다. 훈 센 총리는 2014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훈 센이 통치한 32년 동안 수백명으로 추산되는 비판 세력이 국가폭력에 의해 사라졌다. 노동운동가 체아 비체아(2004년 암살), 환경운동가 추트 우티(2012년 암살) 등이 그랬고, 평론가 킴 소크가 언급하여 훈 센을 화나게 했던 켐 레이 암살은 가장 최근 사례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보장은 없다. 켐 레이는 암살당하기 직전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하면서 그즈음 발표된 영국 싱크탱크 ‘글로벌 위트니스’의 보고서를 집중 거론했다. ‘캄보디아 집권 가문의 족벌왕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훈 센 가문이 캄보디아 국가경제를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에 자리잡은 봉제공장 모습. 캄보디아 60만 노동자들이 고용된 봉제산업은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며 국가경제 기여도가 높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직면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국가예산의 10-20%를 족벌 자산으로 보유한 훈센가문은 국가경제마저 사유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Lee Yu Kyung
예를 들면 훈 센의 직계가족이 보유한 국내 민간 기업만 114개에 달한다. 자산은 2억 달러 정도다(114개 기업 가운데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16개사를 제외한 자산 규모). 30개 기업은 ‘1인 소유 회사’로 훈 센 총리의 가족 누군가가 100% 소유한 경우다. 훈 센의 큰딸 훈 마나는 바이욘 TV(BTV) 주식을 100% 가지고 있다. 훈 마나는 라디오·신문·방송 등 언론사 6개를 소유한 언론 재벌이다. 전문가들은 훈 센 가문의 숨겨진 자산까지 포함하면 5억~1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캄보디아 2017년 국가 예산 50억 달러의 10~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 대학의 동남아시아 연구자 리 모겐베서 박사는 “캄보디아가 집권 여당이 일당독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물 독재(personalist dictator)다”라고 규정했다. 훈 센 1인 치하라는 것이다. 지난 2월21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리 박사는 훈 센 가문이 국방·경제·정치·사법 등 국가 공공영역을 남김없이 사유화했다며 그 배경을 분석했다.
야당 발목 잡기 위한 새 정당법
공직자 임명뿐 아니라 비즈니스와 토지 소유 관계, 집권 인민당 내부 직위 임명 등 훈 센 총리가 개입하지 않은 영역이 없다. 사실상 캄보디아 정부 기구뿐 아니라 민간 영역까지 ‘게이트 키퍼’ 노릇을 한다. 훈 센 총리는 특히 자신의 직계가족들을 여당·군·정부 고위직에 앉혔다. 친형 훈 넹은 2013년 내무부, 국방부, 조사부, 반부패 기구 등의 겸임 공동의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훈 센 가문의 부패가 적발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2011년 훈 센은 자산을 공개하며 월급 1150달러, 연 1만3800달러(약 1560만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월급 외에는 다른 수입이 없고 자산도 줄고 있다”라며 평민 코스프레를 했다. 훈 센의 거짓말을 감히 검증할 수 있는 국가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IMG_0167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에 자리잡은 봉제공단 노동자들. 시골빈민 출신의 여성가장들이 절대 다수다. 캄보디아 60만 노동자들이 고용된 봉제산업은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며 국가경제 기여도가 높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직면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국가예산의 10-20%를 족벌 자산으로 보유한 훈센가문은 국가경제마저 사유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Lee Yu 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