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30 제979호]

[기획 연재1-버마 종족·종교 갈등의 현장을 가다 ① 아라칸주 로힝야 무슬림들의 고통] 버마판 아파르트헤이트의 상징 ‘아웅밍갈라’

* 필자는 <리영희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6일까지 버마(미얀마) 서부 아라칸주와 중북부 만달레이주 만달레이와 멕띨라를 취재하고 왔습니다. 아라칸 주는 지난 해 6월과 10월, 중북부 만달레이 올해 3월 무슬림계 소수민족 로힝야와 캄만 무슬림 그리고 버마 무슬림들에 대한 불교도들의 약탈과 학살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지역입니다. 약 2년에 걸쳐 진행중인 버마의 민주화와 개혁은 종교적·인종적 소수자들의 철저한 배제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 역시 명확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기획 기사는 2회에 걸쳐 시사 주간지 <한겨레21> 에 게재됩니다. 본 사이트에는 지면상 싣지 못한 부분과 사진을 보충하여 게재합니다. / 이유경 Penseur21

시뜨웨 시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무슬림 구역 ‘아웅 밍갈라’는 시뜨웨 거주 로힝자들이 머물고 있는 또 하나의 무슬림 게토다. 라까잉 불교도 마을로 둘러쌓인 이곳은 4개 이상의 체크포인트는 물론 보이지 않게 그러나 눈을 불을 켜고 선 라까잉 불교도들까지 가세하여 경계수준이 만만치 않다. 이 구역에 거주하는 6천 5백명 가량의 무슬림들은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취재접근권으로 보자면 난민캠프보다 어렵다. 단, 이곳에 거주하는 극소수의 힌두교들과 라까잉 불교도들은 이동에 제약이 없다. 아라칸 주 어디서건 다시 한 번 반 무슬림 폭동이 발생하면 가차 없이 타격받게 될 시한폭탄구역이 바로 아웅 밍갈라다.

아라칸 주 시뜨웨시에 마지막 남은 무슬림 구역, 아웅 밍갈라는 보안군의 체크포인트와 라까잉 불교도들 마을로 둘러쌓여 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생필품이나 구호물자를 정상적으로 조달받지 못하는 아라칸 주 어디서건 또 한 번의 반 무슬림 폭동이 발생하면 대단히 위험해질 시한폭탄구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hoto © Lee Yu Kyung)

아라칸 주 시뜨웨시에 마지막 남은 무슬림 구역, 아웅 밍갈라는 보안군의 체크포인트와 라까잉 불교도들 마을로 둘러쌓여 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생필품이나 구호물자를 정상적으로 조달받지 못하는 아라칸 주 어디서건 또 한 번의 반 무슬림 폭동이 발생하면 대단히 위험해질 시한폭탄구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hoto © Lee Yu Kyung)

‘’일전에 구호물자를 비밀스럽게 전달하려 했는데 라까잉 주민들과 승려들이 막아서 전달을 못했다’’

한 구호단체 직원의 이 말은 아웅 밍갈라의 현실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한겨레21> 은 8월 중순 인권상황 점검차 시뜨웨를 방문 중인 유엔인권대사 토마스 콴타나 (Tomas Ojea Quintana)팀을 따라 ‘아웅 밍갈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곳곳에 장총들고 선 경찰과 보안 군들은 촬영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주민들은 수갑찬 시늉으로 양 손목을 들어보이며  갇혀 지내는 자신들의 절박한 현실을 표현하려 애를 썼다.

‘’의약품도, 먹거리도, 학교도 없다. 우리가 죽으면 어디에 묻힐지도 모르겠다. ’’

쌓아둔 속내를 손짓을 섞어가며 줄줄이 풀어내던 노인이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로힝자이고 싶다’’

아라칸 주 시뜨웨시에 마지막 남은 무슬림 구역 아웅 밍갈라 주민들은 보안군의 체크포인트와 라까잉 불교도들의 마을로 둘러쌓인 이곳 밖을 나올 수 없다. (Photo © Lee Yu Kyung)

‘Form 4’는 이동의 자유가 없는 로힝자 무슬림들이 당국의 허가를 받을때 작성하는 양식이다. 허가가 무사히 받으면 마을을 45일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45일은 금새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2년전 ‘Form4’를 작성하고 랑군으로 왔지만 돌아가지 않고 있는 웨이 누(가명)는 ‘’고향에서 실종처리된 걸로 안다’’며 씁쓸히 웃었드랬다. 갑갑하기만 한 청춘 아웅 쵸윈도 어쩌면 웨이 누처럼 ‘실종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10대-20대 초반 즈음의 청년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아웅 밍갈라에는  초등학교만 하나 뿐이다. 작은 구멍가게 너댓개와 몇 묶음 안되는 야채를 올려놓은 좌판식 장사치들이 있을 뿐 시장은 없다. 주민들은 경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생계는 치명타를 입고 있다. 매주 월, 목 국경없는의사회(MSF)의 방문만 허용될 뿐, 공식적으로 엔지오나 국제기구의 출입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극 소수 엔지오들이 비밀루트로 제한된 구호 물자를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인은 어렵다. 우산 헬맷 등 다양한 소품을 이용하여 난민캠프내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도 있고, 체크포인트 군인들을 매수하여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돈도 물건도 중간에 떼이는 경우가 흔하다.

주민 B씨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은 응급 상황이나 병원치료가 필요한 경우 ‘왕복’ 8만 쨧 (한화 약 8만원)은 내면 보안군의 호송차량으로 병원에 다녀올 수 있다.  대부분 엄두도 못내는 돈이다.

‘’우리는 (두 커뮤니티간) 또 다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아웅 밍갈라 주민들의 바깥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유엔 대사 토마스 콴타나와 대면한 한 보안군의 말이다.

아라칸 주 시뜨웨시에 마지막 남은 무슬림 구역, 아웅 밍갈라는 보안군의 체크포인트와 라까잉 불교도들 마을로 둘러쌓여 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생필품이나 구호물자를 정상적으로 조달받지 못한다. (Photo © Lee Yu Kyung)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당하고 시민권은 물론 ‘시장 갈 자유’마저 박탈당한 로힝자/무슬림들, 그에 반해 별다른 제약없이 그럭저럭 생계를 이어가는 라까잉 불교도들. 이 두 커뮤니티의 ‘차별분리정책’을 두고 정부도, 라까잉 정치인도 그리고 ‘88세대’ 소속 민주화 투사 코코치 (Ko Ko Gyi) 도 같은 말을 했다. ‘또 다른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따로 살이’라고. 학살책임자들까지 초대한 랑군 88행사장의 관용 따위는 눈꼽 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지독한 배제의 땅. 그건 단순한 ‘따로 살이’ 가 아니었다. ‘아파르트헤이트’의 적나라한 그림이었다.

취재지원 리영희재단

시트웨·랑군(버마)=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Lee@penseu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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