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위 푸른 작업복, 울컥했다”

인터뷰 :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부산 / 서울 = 이유경  penseur21@hotmail.com

10월 3일 개천절, 나라가 탄생한 빨간 날이다. 빨간 날도 쉼없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271일째다.

김 지도위원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깔깔깔 희망의 버스’ (후마니타스)를 끄적였다. 치열한 삶이 만들어낸 노동작가 김진숙은 땀 흥건한 노동자의 등에서 소금꽃을 볼 줄 아는 짙푸른 감수성과 때알맞은 유머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아는 작가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김진숙의 삶에는 심금을 울리는 최루액이 만빵이다. 그 심금들이 이 책의 다른 구석들을 채우고 있다.

« 여러분 중에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군고구마 먹어본 계십니까 ? 아마 명바기 그건 못했을 겁니다 »

웃었다.  바로 전날 친구덕에 « 내가 해봐서 아는데… »라는 명바기의 뻔뻔한 명언을 알게된 탓이다.

« 엄마 보여 ? 보여도 보지마.. »

짠했다. 고인이 되신 엄마의 ‘하늘 세계’와 가까와졌을 이 따님은 엄마와 숨바꼭질 대화를 나누는 모양이다. ‘인터뷰하다 짜면 안되는데..’ 스멀거리는 청승을 짓누르고 약속한 시각에 전화를 걸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한진 중공업 해고 노동자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씨가 장기 농성중인 크레인 85호. 높은 담벼락과 그 위에 쳐진 철조망으로 외부세계와 차단되어 있다. (Photo @ Lee Yu Kyung)

환하게 웃는 하얀 이는 밝고 씩씩한 김진숙의 상징이다. 고공농성 271일째 (Photo @ Lee Yu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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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건강은 어떤가 ?

답> 잘 지내고 있다.

질> 저녁 바람이 차고 거세다. 춥진 않은가 ?

답> 추워도 할 수 없지. 지난 겨울을 이곳에서 났기 때문에 괜찮다.

질> 마음의 건강은?

답> 뭐…좀 오래돼서..익숙해지기도 하고, 그냥 잘 있다.

질> 아플때 필요한 비상약은 조달받는가 ?

답> 여기와서 아픈 적이 별로 없다…체했을때 한두번 소화제 올려받았고, 한약을  일상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집> 지금 거처하고 있는 공간에 대해 묘사해 달라

답> 사람이 거주할만한 공간이 아니고, 운전석이 2/3정도 차지한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은 운전석 올라가는 발판인데 머리하고 다리 끝이 딱 닿는다. 일인용 전기장판 사이즈 정도인데 징역의 독방보다 작다. 징역독방이 0.75평인데 여긴 0.5평 정도된다. 움직이기는 불편한 공간이다.

질> 전기 장판이 있나 ?

답> 며칠 전에 올라왔다.

질> 누워서 잘 수는 있나 ?

답> 돌아눕다가 부딪쳐서 온 몸에 시퍼렇게 멍이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인가 전처럼 멍들지 않는다.

돌아눕다 부딪쳐 온몸 멍자국

질>  하루 일과는 어떤가 ?

답> 단조롭다. 일단 청문회 (8월18일) 이전에는 크레인에 대한 침탈 시도가 계속 있었다. 경찰, 경찰 특공대, 사설 특공대, 용역등..그게 안되니까 85크레인을 바닷가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협박도 있고해서 잠을 못잤다. 쫄다 깨는 정도. 그러다 청문회 이후에는 이 크레인을 강제 침탈하려는 시도는 안보인다.  하여, 지금의 일상은 아침 7시정도 기상한다. 전에는 신문을 봤는데 6월 27일 (노사합의에 이은 행정대집행으로 농성중이던 해고노동자들 쫓겨난 필자주) 이후에는 신문이 안들어온다. 그냥 트위터로 시간 많이 보내고 있다.

8시 20분 경 아침 식사를 한다. 위가 안 좋아서..선식 , 차, 과일 하나정도.

식사후에는 앉아도 있고, 길 건너편에 와 있는 조합원들 바라보기도 하고, 책 좀 보다가 트위터좀 하다가 저녁 먹는다. 저녁 마다 문화제를 하는데 보통 8시 30분 혹은 9시 끝나면 하루 일과 거의 끝난다.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 문화제동안 김진숙씨는 크레인 '고공다리'를 왕복하는 운동과 트위터에 집중하는 듯하다. (Photo @ Lee Yu Kyung) .

한진 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이 85크레인을 향해 응원의 함성을 보내고 있다. 85 크레인 건너편에서는 매일 저녁 집회나 문화제가 열린다. (Photo @ Lee Yu Kyung)

질> 지금 읽고 있는 책 제목은 ?

답> 김선우, «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작가가 직접 다녀온 인도 오르빌 공동체 마을에 대한 이야기이다.

질> 책은 어떻게 조달받는가 ?

답> 트위터에 보고싶은 책을 말하면 보내주곤 하는데 용역들한테 한 판 검열을 더 거치고 내게 올려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검열은 식사에도 적용된다. 정문에서 한번 검사하고 나면 안에서 용역들이 또 검사한다.  청문회 이전에는 검열한답시고 금속 탐지기로 식사를 다 휘저었다. 생수도 비닐 봉다리에 담아줬다. 모욕감을 주려는 거다. 며칠 동안 식사와 물이 안올라온 적도 있다.

질> 며칠동안 ?

답>한 이틀 정도. 그때 용역하고 싸울 즈음이었는데, 우리가 던질게 없어 패트병을 던졌더니 물과 음식을 막았다. 아래 분들 (크레인 중간에서 사수 농성중인 해고자들. 10 17 현재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씨가 남아 있고, 신동순씨는 9 30 40일간의 단식끝에 병원에 실려감 필자 ) 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 더운 날 씻지도 못해 피부병 생기고 . 그때는 책도, 밥도 반찬도 모두 안올라왔다. 지금도 담배 이런 건 안 올라온다. 며칠 전에도 아랫분들이 빨래하기 위해 가루비누 요청했는데 안 올라오고 있단다. 어제 되던 물건이 오늘은 안되고..지들 맘대로다.

질> 청문회 전후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답> 가장 큰 변화는 전기다. 6월 27일 우리 조합원들이 쫓겨나기 전만 해도 물품이나 식사때문에 크게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었다. 그날 이른 바 행정대집행 이후 전기도 끊겼고, 물건도 심하게 통제받고, 용역들이 크레인을 둘러싸면서 크레인이 완전 고립되었다. 전기 없이 두달 넘게 살다가, 청문회때 인권문제가 제기되며 민주당 정동영 국회의원이 조남호 회장에게 전기 넣어주라고 강력히 요구하니 그러마고 약속했는데 그 후 일주일 지나서야 전기가 들어왔다. 청문회때 금속 탐지기로 밥 휘젓는 것도 문제제기 되었는데 이제는 그릇 열어보는 정도로 검열한다.

질> 크레인 농성이 한진 청문회  끌어냈다고 믿나 ?

답>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희망버스다. 크레인 농성을 전국 이슈화했다.  국회차원에서도 더이상 손놓고 있을 수 없어 청문회가 열렸고 그 청문회를 통해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게 대중적 공감대를 샀다. 여야에도 이견이 별로 없게 되었다. 그게 가장 큰 성과다.

희망버스가 살려낸 고결한 투쟁

질> 당신의 고결한 투쟁이 그 희망버스를 끌어낸 거 같다. 이번 주 토요일(10/8) 5차 희망버스가 예정되어 있다. 2차 버스 부터는 크레인 근처에도 접근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는데 이번에 어떻게 될 것 같은가 ?

답>  글쎄. 나도 희망버스가 오는 걸 트위터를 통해 알기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 프로그램이 뭔지는 잘 모른다. 특히나 이번에는 부산 국제영화제 기간이라는데 국제영화제 하는 걸 모르고 일정을 잡았다고 들었다. 원래 는 10월 1일 하기로 하다가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반대 평화비행기 행사가 잡혀서 한 주 연기한 건데, 그게 국제 영화제랑 겹친 것 같다. 서울에서는 국제 영화제를 언제 하는지 잘 모르니까. 어쨌든 국제영화제 기간이라고 부산 시에서는 희망버스 오지 말라고 성명서 내지 않았나. 부산시는 지난 번에도 서울에 수해 입었으니 오지 말라고 했다. 부산시가 이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기는 커녕 그런식으로 호도하니까 악화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5차 희망버스가 정말 축제 분위기에서 평화롭게 치뤄지길 강력히 희망한다. 국제행사가 치뤄지는 만큼 부산시가 이 정리해고 반대 농성 자체를 수치로만 여길게 아니라 나서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근데 그럴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질> 문화예술인들도 김진숙과 한진투쟁을 많이 지지하고 있다. 국제영화제라는 공간이 ‘이슈 화이팅’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답> 이래저래 단편적으로 들리는 얘기로는 영화 인들이 지지하는 입장들을 발표할 예정인걸로 안다.  (이와 관련 , 여균동 감독은 « 김진숙씨 농성 276일째를 맞아 276명의 지지선언자를 모으기로 기획했으나 1543명에 달하는 영화인들이 서명했다 » 밝힘 필자 )

질> 당신의 시위가 워낙 독특하고 결연해서인지 일부 외신에서도 주목을 했다. 국제연대의 메시지도 있었고.  어떤 영향을 주었나 ?

답> 크다. 그즈음 외신에 보도되지 않았으면 공권력 침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침탈 앞 둔 전날 알자지라 보도가 나왔고 씨엔엔 보도도 이어졌다. 독일 대통령이 지지서한을 보냈고. 이런 상황들이 이 크레인에 대해 더이상 침탈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큰 성과다. 안그랬다면 불상사가 났을지도 모른다.

이런 건 내 힘이 아니다. 희망버스가 오기전까지 어떤 언론도 이 크레인을 주목하지 않았다. 희망버스 이후 국내외 언론이 주목했고, 트위터의 힘으로 희망버스를 이끌어낸 거다.

외신 보도 없었으면 침탈, 불상사 일어났을 수도

질> 필리핀 수빅만 한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들었을텐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답>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고 추적60분을 통해서 봤는데 이 사람들 (한진 경영진)이 진짜 나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30명이 사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책임지지 않는 모습들…

아울러 한진 중공업은 비정규직이 세배가 많다. 정규직은 자르고 그걸 하청 노동자들로 채우는 추세다. 단 1-2년이라도 고용이 보종된 노동자들이 아니다. 여기에선 (영도) 배를 만들때 블록 하나 만들면 그 노동자들 다 내쫓아 버리는 거다. 그걸 우리는 ‘물량조’라 부르는데 그들이 일을 거의 다한다.

'85 크레인 김진숙' 사수를 위해 크레인 중간 지점에는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 세 명의 한진 해고노동자가 113일째 (10월 17일 현재)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Photo @ Lee Yu Kyung)

'85 크레인 김진숙'을 사수하기 위해 한진 중공업 해고 노동자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씨가 113일째 (10월 17일 현재)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박영제씨가 건너편에 선 아내와 통화하는 모습 (Photo @ Lee Yu Kyung)

질> 앞서 당신도 언급했듯 크레인 85를 지키기 위해 아래께 세 명의 해고자들이 바람막이도 없는 공간에서 여전히 고생하며 농성 중이다.

답> (외치듯 목소리가 커진다) 그분들이 나보다 몇 배 고생한다 ! 나는 좁지만 비를 피할 공간이라도 있는데 그분들은 없다. 그날 (6/27) 올라올 때 준비 없이 급하게 올라왔다. 마침 우리 조합원들이 그 이전 7개월 넘게 회사내에서 봉쇄된 채 생활하던 중이라  텐트가 있었다. 크레인 올라올 때 텐트가지고 있던 사람이 그걸 갖고 올라온 게 다다. 그걸로 뚜겅을 만들어 하늘정도만 가릴 뿐 사방은 트여있다. 비라도 막을 수 있게 비닐 같은 거 올려달라 해도 안올려준다.

이따금 비 올때 ‘어떻게 하고 있노 ?’ 물어보면 ‘물위에 앉아 있습니다’ 그런다.

며칠 전 비가 많이 왔는데 옷을 다 벗고 반바지를 입고 있더라. 추운데 왜 그러고 있냐고 물었더니 옷이 다 젖고 갈아입을 옷이 반바지 밖에 없어서란다. 여기는 옷을 필요할 때 올려주는 게 아니라 하나를 내려야 하나를 올려준다. 물도 빈 페트병을 내려야 내린 수만큼 올려주고, 반찬도 세 가지 통을 내려주어야 새로운 반찬 세 개가 올라온다.

질> ‘당신이 내려와서 투쟁하면 그분들의 고생도 마감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고 묻는다면 뭐라 답하겠는가?

답> 글쎄, 크레인 농성이 271일이 되도록 사측은 요지부동이다. 내가 내려가서 싸울 수 있었으면 올라오지도 않았을 거다. 한진 중공업 노사관계에는 신뢰가 전혀 없다. 2003년 이후 정리해고 안하기로 했는데 하지 않았나. 지난 271일 동안에도 말 번복이 몇 번이나 확인되었고. 그나마 이거라도 버티고 있어야 이 싸움의 전선이 유지될거라 본다.  아래 동지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내려가라는 얘기도 했었는데 안 내려간다.

질> 아래 동지들과 대화는 가능한가 ?

답> 큰 소리로 외치듯 들리는데 용역들이 들으니까 오히려 소통이 어렵고 ..필요한 얘기는 쪽지로 올리고 내리고. 그러나 사실 할 얘기도 별로 없다. 밥 올라올 때 내려보고…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 중간 농성자들을 기억하라

질> 한진 노사관계에 신뢰가 완전 깨졌다고 했는데 이 투쟁이 더이상 노조주도의 파업도 아니지 않나 (해고 노동자) 80-90여명이 싸움에 남아 있다. 파업 이탈자들에 대한 원망이나 비판이 있나?

답> 이탈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비해고자의 신분이면 나도 복귀했을지 모른다. 노동자는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데 8개월을 임금없이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 이걸 버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

그러나 노조 집행부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6월 27일 기만적인 노사합의를 하면서 그들도 입지가 좁아지고 , 노동조합 원칙도  포기하면서 사측에 의해 많은 것을 빼앗긴 상태다. 조합원 생활공간, 현장에 있던 콘테이너 박스 부서마다 있고 휴게실이 있었는데 그것도 뺏기고, 용역철수도 못시키기고 있고…그런 기본적인 권리가 침탈당한 상황이다. 그런 노조가 이번 선거 (10/14일) 에 다시 출마한다고 한다.

질> 그렇다고 들었다. 그쪽이 선거에서 지더라도 복수노조 허용되니 제 2의 노조로 나올것 같다는데..

답> 그건 내가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 사측에서 이런 저런 공작을 꾸밀테지만 잘 모르겠다.

*10 14 신임 노조 선거에서 정리해고투쟁위원회가 지지하는 차해도(53) 후보팀이 808 786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54.5% 해당하는 429표를 얻어 당선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보충인터뷰 참조  

질> 9개월째 농성중인데 어떤 조건이라면 내려오겠나 ?

답> 내가 몇 가지 요구조건을 걸고 올라왔다면 타협이나 양보 등이 가능하겠지만. 처음부터 한가지 요구조건 밖에 없었다. 정리해고 철회.

질> 살아서 내려올 거라 믿는다.

답>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나는 이게..살아야 된다..죽어야 된다. 뭐 그런 개념이 없다. 믿을 지 모르겠는데..나름 마음 비우고 올라왔고 ..죽을 고비도 여기서 몇 번 넘겼다. 크레인을 치겠다거나 크레인을 바닷가로 끌고가겠다 했을때 (실제 그런 시도가 몇 번 있었고) 그때도 두렵다는 생각보다..때가 왔나보다 싶다. 나한테는 산다 죽는다 별 의미가 없다.

질> 그런 상황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인가 ?

답> 크레인 치겠다고 했을때는 부사장이 직접왔고 작업 장비들도 나열되어 있었다. 그때 난간에 목을 내밀었는데 그게 특별히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뭐 답이 없나보다..생각하며..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해야 되나 뭐라해야 하나…

두번째는 크레인 (바다로) 끌고 간다고 했을 때 그걸 좀 늦게 들었는데  그래서 붐대에 올라가겠다 장갑을 끼는데 ’죽을 사람이 장갑을 왜끼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그래서 장갑 내려놓고 붐대에 올라가겠다고 발을 디디는데 바로 철수하더라. 그때도 죽음에 대한 의미는 없었다. 각 상황에서 그런 상황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생각한다.

산다 죽는다 의미없다상황에 최선 다할

질> 당신을 지지하고, 애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당신이 살아 내려오는 게 중요하다. 많이 힘들겠지만, 최대한 건강 유지하다가 반드시 살아서 내려오시라. 당신이 요구하는 단 하나의 조건, 정리해고 철회가 이루어져 내려오기를 희망한다. 좋은 생각 많이 하시길.

곧 영도로 당신을 만나러 갈 예정인데 악수까진 못하더라도 손이라도 흔들어 교감하고 싶다.

답> 몇시에 올건가? 암튼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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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인터뷰>

2주후인 10월 17일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티시 이노호사 (Tish Hinojosa) ‘돈데보이’ (Donde Voy 어디로 가야하나) 가 흘러나왔다.

질> 지난 금요일(14일) 노조선거에서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 (정투위)가 지지하는 차해도 후보팀이  당선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

답> 조합원들이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해고자들과 비해고자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갈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그게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게 제일 큰 의미다. 그동안 사측에서 온갖 방해공작을 다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았다.

보통 정리해고가 된 사업장들이 거의 100% 어용노조가 들어서 민주노조 깃발을 내렸는데 한진은 그 전처를 밟지 않았다는 게 운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질> 보도에 따르면 당신이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내려올 수도 있다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

답> 조합원들의 결정에 따라야지. 그 결정이란 건 조합원들이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는 믿음을 전제한 것이다.

한진, 민주노조 사수했다

질> 10월 8일 5차 희망버스가 공권력의 봉쇄로 영도진출을 못했다.  실망했나 ?

답>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국제 영화제 기간이기도 해서 그렇게 무식하게 하겠는가 싶었는데 역시나 무식하게 막더라.

질> 영화인들이 근처까지 가서 당신에게 전화도 하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모여든 건 확인했을텐데 기분이 어땠는지 ?

답>  영화제기간 김꽃비라는 배우가 한진 작업복을 입고 김조광수 감독과 여균동 감독이 지지의사를 공개 표명하며 레드카펫에 섰을때 울컥했다. 감동적이었다.

노동자들에게 그 작업복은 ‘수치’이기도 하고, ‘한’이기도 하고 삶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걸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는 건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이른 아침 출근투쟁부터 저녁집회까지 푸른작업복을 벗지 않는 한진 중공업 해고 노동자들. 김진숙씨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여배우 김꽃비가 푸른 작업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선 것을보고 울컥하며 감동받았다고 말한다. (Photo @ Lee Yu Kyung)

그리고 영화인들이 버스타고 오다가 막혀버렸는데 나는 그 장면이 이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영화인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인들도 모여있는데 그걸 막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그들이 무장을 한것도 아니고 , 단순히 여기 와서 쳐다보고 가겠다는데 ! 네 명(영화인)을 둘러싸고 새까만 바퀴벌레들이 둘러싸서 숨도 못쉬게 만들어놓더라. 공권력 스스로가 수치스러운 짓을 자초했다고 생각한다.

질> 개인적 호기심에 묻는 건데, 휴대폰 음악에 흐르는 돈데보이를 많이 좋아하나 ?

질> 많이 좋아한다. 노래 의미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 월경하는 이민자들의 애환을 담음 필자 ) 가 좋아서 사실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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