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파슈툰의 전통”

아래 인터뷰 역시 2008년 2월에 진행한 것입니다

– Penseur21 갱 –

아스판디아르 왈리 (아와미 민족정당 대표) 인터뷰

대화는 파슈툰의 전통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모두 방어에 나설

이슬라마바드= 이유경 penseur21@hotmail.com

아와미 민족 정당은 ‘진보적 민족주의’ 이념에 비폭력 노선을 표방는 파슈툰 세속정당이다. 파키스탄을 모국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당의 창시자 압둘 가파르 칸의 무덤은 현재의 파키스탄 영토가 아닌 아프간 동부 중심 도시 잘랄라바드에 있을 정도다. 파슈툰 족이 두루 걸쳐 사는 파키스탄북서부와 아프간 동남부의 지리적 반경을 고려하면 ‘국경없는’ 파슈툰 민족지형을 잘 보여주는 사항이다.  소비에트의 아프간 점령 시절에는 파키스탄의 국가정책과 달리 친소 입장을 지니기도 했고 당의 비폭력 노선은 인도의 간디이즘에 기반하고 있어 인도의 의회당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족지대의 탈레반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북서 변경주의 지방 정부를 이끌 당 대표, 아스판디아르 왈리 칸을 이슬라마바드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2008년 2월말). 창시자 가파르 칸의 손자인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조부의 ‘자주노선’은 ‘과거지사’라 일축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파키스탄 헌법 개정을 통해 파슈툰 지역의 ‘자치’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화만이 해결책이라고 강변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질> 불안한 치안상황때문에 책임감도 크고 할 일도 많을 것 같다.

답> 산더미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파슈툰족이 모두 근본주의자이고, 테러리스트인양 이미지를 씌워왔지만 우리가 그렇지 않다는 걸 이번 선거가 잘 보여주었다. 우리 선거 캠페인의 기조는 우리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갈망하는지를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스판디아르 왈리 칸 (아와미 민족정당 대표)은 파슈툰 민족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를 거부하는 세속주의 정치인이다. 소수민족 자치 문제와 이슬람 근본주의 문제가 심각한 현안한 파키스탄에서는 아와미 정당과 같은 '민족주의+세속주의' 정치 세력들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2008년 인터뷰 당시 촬영 / Photo by Lee Yu Kyung)

아스판디아르 왈리 칸 (아와미 민족정당 대표)은 파슈툰 민족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를 거부하는 세속주의 정치인이다. 소수민족 자치 문제와 이슬람 근본주의 문제가 심각한 현안한 파키스탄에서는 아와미 정당과 같은 ‘민족주의+세속주의’ 정치 세력들이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 Photo ©Lee Yu Kyung 2014)

질> 이번 선거에서는 그게 먹혔지만 과거를 들춰보면 좀 다른 것 같다. 2002년 선거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반한)  종교 정당 연합(MMA)이 집권할 수 있었고, 또 탈레반 무장 세력이 파슈툰 족에 기반한 건 사실아닌가. 그 점때문에 파슈툰 족의 이미지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것으로 비춰진 것 같다.

답> 누가 탈레반을 키웠는가? 우리가 아니다. 그걸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

질> 얼마전 파키스탄 주재 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당신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요구했는데, 그 전쟁에 대한 당의 구체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답>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지난 60년간 부족지대를 봐라. 파타(FATA) 지역민 들에게 무엇이 주어졌는가? 정치 개혁이라곤 없었고, 영국 식민지 시절의 통치  법이 그대로 적용되어 왔다. 당신이 억울하게  종신형을 받아도 항소할 법이 없다. 이게 정의인가?  당신 부족에서 다른 누군가 범죄를 행하고 당신이 그 죄값을 치른다면 그게 정의인가?  정당, 정치대표자들이 그 지역에 들어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그 지역에 정치 개혁이 있어야 하고, 경제 개발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개발이 오지 않는 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누군가 지나치게 배가 고프다면, 그는 자신의 하는 짓이 민주적이건 반 민주적이건 , 합법적이건 비합법적이건 상관하지 않게 된다. 그 지역민들의 박탈감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

질> 문제를 군사적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 해결…

답> (말을 막으며) 당신 한국에서 왔다고 했는데 북한과 남한이 몇 년간이나 갈라져 있었는가?

질> 60년이 넘는다.

답> 그러나 양측이 대화를 추진하는가 하지 않는가?

질> 대화 중이다.

답> 봐라. 군사적 방식으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정치적 방식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북한과 남한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질> 그렇다면 군사적 방식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하나?

답> 대화를 시도나 해봤나. 기회를 주란 말이다.

질> 대화를 시도해본 적이 전혀 없다는 얘긴가?

답> 우린 우리 고유의 문화가 있다. 파슈툰 사회에서 우린 대화하는 그 모임을 ‘지르가’(Jirga : 원로 부족회의)라고 부른다. 지르가는 같은 의견을 가진 두 집단이 대화하는 게 아니다. 한 집단과 의견이 다른 또 다른 집단이 대화하는 것이다.  부족지대를 보면 탈레반도 아니고, 기성집단도 아닌 지역민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우선 대화 상대로 유용한 이들이다. 그런 이들과의 대화는 시도된 적이 없다. 지금까지 ‘대화’라는 건 전쟁중인 탈레반 세력과 정부측 사이의 전유물이었다. 그건 파슈툰의 전통이 아니다.

질> 하지만, 최근 탈레반 사령관 베이툴라 메수드 대변인은 대화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답> 그 지역에는 세 가지의 무장 세력이 있다. 알카에다, 아프간 탈레반, 그리고 지역 탈레반. 우린 이들 세 세력의 차이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지역(파키스탄) 탈레반과의 대화를 먼저 시도해야 한다. 이들이 지역민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그 지역민들이 이슬람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것부터 막고 그리고 나서 지역 탈레반과 대화를 하는 거다.

지역민들의 탈레반 지원라인을 끊는 대화 단계

질>  미국과 서방동맹들은 알카에다 소탕 등을 이유로 군사작전을 거듭 강조하는 분위기다.

답> 불가능한 얘기다. 심지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조차 아프간 탈레반과의 대화를 얘기하고 있다.

질> 미 대선 후보 오바마는 (가끔 부인하기도 하지만) 파키스탄 트라이벌 지역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꾸준히 언급하는데 어떻게 보나?

답> 만일 파키스탄에 군사적으로 공격이 가해지면 우린 전부 방어에 나설 것이다.

질> 이번 선거 직후 지역 탈레반들의 반응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답> 그들은 선거 결과를 환영했다. 그리고 (당신이 언급한대로) 대화를 희망하고 있고.

질> 최근 당신은 당신당에서 주 장관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 민주주의는 다수당이 지배하는 것 아닌가?

질> 하지만, 과거 당신 당이 제 1당일 때도 주 장관은 인민당(PPP)이나 나와즈 샤리프 당(PML-N)에서 나왔다. 그땐 왜 그랬나?

답>코멘트하고 싶지 않다.

질> 당신은 또 외교, 국방, 화폐를 제외한 영역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자치’를 요구하고 있다.

답> 그렇다. 하지만 지금 당장 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우선 헌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고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의회 2/3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자치가 우리의 요구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질>  분리 독립을 위한 수순으로 이해해도 되나? ‘파슈투니스탄’같은…

답> 그건 아니다. 파키스탄 연방안에서의 자치,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바다.  ‘파슈투니스탄’은 과거 이슈다.

질> 당 창시자인 당신의 조부는 (‘분리독립’에 대한 입장이 ) 분명하지 않았나?

답> 과거지사다. 현재에 집중하자.

질> 당신당의 비폭력주의 노선은 인도 간디이즘에 매우 가깝다. 인도와 상당한 밀착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답> 독립운동 당시 우리 당은 그 운동의 파트너였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인도정부, 의회당(집권정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질> 여성 이슈에 대해 얘기해보자. 나 자신을 포함하여 파슈툰 문화가 여성들에게 보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동의하는지?

답> 당신 이미 폐샤와르를 다녀왔고 우리 당의 지역 부의장 (여성)을 만나지 않았나? 그녀가 보수적이던가?

질> 그녀는 고등 교육을 받았고 정치에 진출한 예외적인 경우 아닌가.

답> 예외 아니다. 우린 분명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 말대로 부족지역에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다. 맞다. 문제는 과연 과거 정부가 부족지대 여성 교육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써왔는가 하는 점이다.  학교가 없는데 어떻게 교육받을 것을 기대할 수 있나?

질> 학교가 적절히 있었더라도 보수적 가정에서 (딸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면 별 소용 없지 않나?

답> 폐샤와르에 얼마나 많은 학교가 있는지 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지 봐라. 나만해도 큰 딸은 의사이고…

질> 당신 역시 상위계층의 예외성을 갖고 있지 않나?

답> (다소 언성을 높이며) ‘예외’가 아니라니까.  다음에 폐샤와르 다시 가서 여학교를 반드시 방문해 봐라.

질> (파슈툰 족에 기반을 둔) 탈레반이 여학교를 불태우고 하는 건 파슈툰 전통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답> 나는 지금 탈레반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왜 당신은 탈레반이 파슈툰 사회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니까! 오해다. 탈레반은 파슈툰 사회가 만들어낸 게 아니다. 탈레반은 “당신이 누군지 아는 그들이” (미국과 서방을 암시) 창조한 것 아닌가?  왜 다른 누군가 한 것을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

질> 많은 이들은 파슈툰 전통이 탈레반의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답>  당신이 파슈툰 전통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다. 파슈툰 마을에 가봐라.  여성이 남성과 함께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보수적인 전통인가? 당신들 외국 언론의 문제는 이슬라마바드에 와서 거기 사람들하고만 얘기하고, 기껏해야 폐샤와르 가서 그냥 몇 명 사람과 얘기하는 것으로 취재를 다했다며 쓰는 것이다. 시골 마을로 가서 보란 말이다.

질> 진짜로 진짜로 그러고 싶은데, 외신기자들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폐샤와르도 사실 허가 구역이 아니다.  말 나온 김에 새로 들어설 정부가 취재 제한을 대폭 줄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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