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 첫 한국어 학교가 세워진다”는 아래 기사를 보고 고개를 마구 마구 가로 젓습니다.
‘아니 무슨, 지금 스리랑카에 절대적으로 시급한 건 ‘한국어 학교’ 보다는 북동부 타밀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인데…’ 하는 생각이 우선 머리를 쳤고,
기사를 계속 읽어 내려가자니 한국 학교 세운다고 홍보하는 <지구촌나눔운동>의 ‘상황인식’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금 난데 없는 감도 있지만 한국어 학교를 왜 세우냐고 따져 묻는 건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과 곤련하여 실시되는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한국어 시험 등 일련의 과정을 고려하면 이주 노동의 욕구가 높은 스리랑카에서 예비 노동자들에게 한국어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건 명분이 있습니다. 그 이주노동자를 위해 활동해온 <지구촌 나눔운동>이 그에 ‘기여’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스리랑카 정부입장에서 보면, 북동부 타밀난민들은 굶어 죽든 말든 관심없을 터이지만, 남부 주류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구조를 받들자면 자국 노동자들의 외화벌이에 도움이 될 조치들을 지원하는 건 당연합니다. 참고로 ‘관련일화’ 하나 전하면, 스리랑카 정부는 그들이 ‘대 타밀반군 전쟁’에 적극적으로 이용해온 친정부 타밀 민병대 TMVP 대원들에게 “한국에 보내주겠다” 고 구슬리며 이용해 온 모양입니다. 지난 3월 인터뷰 당시 그 대장이 그러더군요, “정부가 우리 애들을 한국에 취업시켜주겠다고 했는데…소식이 없네…” 한국기자인 제게 ‘주파’를 던진 거지요. 순진한 대장 같으니라구.
스리랑카 정부는 수 만명 소수타밀족을 학살을 댓가로 5월 19일 소위 ‘테러와의 전쟁’을 마감 선언하였으나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피난민 캠프에 대한 구호 단체의 진입을 제약하는 악랄하고 희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쟁 기간 중 전투 지역에 갇힌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 상황에 대해 심각함을 경고했던 유니세프 대변인을 최근 쫓아냈습니다. (아래 관련 기사)
https://penseur21.wordpress.com/2009/09/07/colombo-evicts-unicef-official/
“스리랑카의 민주주의를 위한 기자들” 이 폭로한 비디오에 따르면, 전쟁포로인지 민간인인지 발가벗긴 채 뒤로 묶인 비무장 인간을 현장사살하고 킥킥 웃는 게 스리랑카 정부군입니다. (물론 ‘일부’이길 간절히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아래 CNN 보도에 관련 영상이 잠깐 등장 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tOo7WD_dQMw&feature=related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온 그들은 지금 전범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아래 글을 클릭하시면 약간의 상황이라도 감지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스리랑카 인권운동가이자 ‘지학순 평화상’을 수상한 인권 운동가의 편지를 일전에 번역해 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소위 ‘나눔 운동’을 한다는 단체에서 발언한 것으로 인용된 아래 문구는 도대체 무슨 오묘한 뜻을 담고자 한 겁니까?
“지난 26년 동안 정부군과 타밀반군 간에 진행된 내전이 5월 종식됐으나 여전히 외국 비정부기구(NGO)의 진입과 활동이 제약을 받는 스리랑카에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모두가 제약받고 있지만 우리는 스리랑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다’고 자랑하는 겁니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얼마큼 깊다는 것인지요? 정작 지원받아야 하지만 막힌 피난민 캠프의 상황은 아래와 같이 비참합니다.
곧 우기가 시작됩니다. 피난민 캠프에 끔찌한 질병과 죽음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구촌 나눔운동>은 보다 더 시급한 ‘나눔’을 위해 북동부에 인도주의적 지원활동을 벌이겠다고 스리랑카 정부에 ‘푸쉬’ 해본 적이 있는지요?
‘진정성 떨어지는 인도주의적’ 소식을 다룬 이 ‘애국적’ 보도에 민망할 따름입니다.
아래는 해당기사입니다. 인터넷 한겨레에서 퍼 온 연합 뉴스의 기사이며 연합 뉴스 외에도 몇 몇 언론이 보도자료 옮기듯 유사하게 썼습니다.
– Penseur21 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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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 첫 한국어 학교 설립된다>
현지정부 부지 무상제공 등 전폭 지원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것을 계기로 `한글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스리랑카에도 ‘한국어학교’가 설립된다.
시민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은 저개발국에 `학교세우기’ 운동을 벌이는 손광운 변호사와 함께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인근에 현지인들을 위한 한국어학교 등을 세우기로 스리랑카 정부와 합의했다고 8일 밝혔다.
지구촌사랑나눔의 실무 책임자와 손 변호사는 11월21일 현지로 떠나 스리랑카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키로 한 학교 부지를 실사하고 정부 관계자와 만나 착공시기와 규모 등 구체적인 설립 계획을 협의할 예정이다.
지구촌사랑나눔은 부지가 확정되면 초등학교, 한국어학교, 컴퓨터 교육시설, 소규모 병원 등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리랑카에는 그동안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봉사단을 현지 학교에 파견해 한국어 교육을 해 왔으나 민간 차원에서 한국어학교가 설립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촌사랑나눔 관계자는 “지난 26년 동안 정부군과 타밀반군 간에 진행된 내전이 5월 종식됐으나 여전히 외국 비정부기구(NGO)의 진입과 활동이 제약을 받는 스리랑카에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이주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해 활동해온 이 단체와 10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마힌다 자라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학교 부지의 무상 제공과 행정적인 편의를 약속하는 등 학교 설립에 각별한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창립 회원이자 외국인 인권운동가인 손 변호사는 지난 2006년 파키스탄 대지진 때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인 것을 계기로 아시아의 저개발국가에서 `학교세우기 운동(Korea Wish School Project)’을 벌여오다 이번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
이 단체 관계자는 “스리랑카에는 한국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망이 대단히 높다”며 “이번 한국어학교 설립이 양국의 우호관계 증진은 물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