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 Penseur21.com
내가사는방콕의작은아파트5층창문을열면, ‘판자촌’을연상시키는가난한풍경사이로무슬림남정네들, 재잘대는아이들의소리가눈에들어온다. 이어나의낮은눈높이쯤으로고개를 살짝올리면작은모스크하나가우뚝서있다.
‘알라후아크바르’ (신은위대하시다)
기도시간을알리는‘아잔’노래가요즘부쩍굵어지는건이스라엘의가자공격에분노를담은게아닐까싶다. 방콕에서도무슬림들의항의시위가요며칠계속되었다. (시민단체들? 방콕의소위시민사회는‘방콕. 중산층. 우익혁명대’ PAD로대거흡수된후운명을다했다고본다. 그러나정신차리고다시부활하시길!)
약2년반전머물던‘스리나가르시절’이교차된다. 인도점령카슈미르의주도스리나가르시내한빵집아들이인도군의영문없는총격으로사망한사건이발생했던때다. 나는길고굵게 떨리는아잔노래에이른새벽잠을깨곤했다. 종교를이념삼아, ‘신자’를밑천삼아저항하는방식에는결코동의하지않지만, 어찌보면그들은그들이할수있는가능한방법으로점령군의만행에소리를높이고있었던것이다.
2008 년신년계획대로라면나는이맘때쯤가자지구나적어도서안지구혹은예루살렘에있어야한다. 우려(반예상반)했던대로상황이여의치않아계획을또다시미루고말았지만, 지금땅을치고있다! 이런식으로팔레스타인상륙작전을열번도더미룬것같다. 연초가되면팔레스타인은예외없이내계획표에들어가고, 해중반스케줄점검때도팔레스타인은다음타자혹은다다음타자다. 그렇게세월은잘도흘러팔레스타인은내게드림랜드가되고말았다. 그리고2009년신년해가차오르는날, 나는생지옥이되어있을드림랜드를‘올해의현장’에또다시집어넣었다. 가자지구공습소식에머리를쥐어뜯으며. 아찔한분노로벌렁거리는가슴을진정시키기위해상습적으로맴도는욕을힘껏뱉어봤다. 별소용이없다.
“민간인피해를줄이기위해최선을다하고있다”
외국방송사중가자현지에서유일하게취재중인알자지라를타고하루에도수어번흘러나오는이목소리는한사람의것이아니다. 이스라엘정부대변인마크레게브(Mark Regev), 외무부장관치피리브니(Tzipi Livni), 이스라엘군대변인아비탈리보비츠(Avital Leibovich) 그리고급기야지상공격에나선한사병까지. 마치‘인터뷰이집단교육’이라도받은양그들은‘앵무새거짓말’ 을반복하고있다.
“하마스가민간인을방패로삼고있기때문에…”
스리랑카정부군도동북부타밀지역에학교를쑥대밭으로만들어놓고는꼭그런말을해댔다. 그러고보면, 팔레스타인가자지구와스리랑카동북부지역은취재진에게철저히봉쇄된분쟁지역이라는공통점이있다. 바로어제 (1/8일), 스리랑카에서는정부비판적일간지‘선데이리더’ (Sunday Leader)의편집장라산따위크라마퉁가 (Lasantha Wikramatunga) 가암살당했다는소식이전해지기도했다. 뿐만아니라구호단체요원, 심지어유엔건물까지도공격, 사살하는대범함도엇비슷하다. 2006년 8월스리랑카동부무뚜르(Muttur)에서는프랑스구호단체인‘기아퇴치행동’(ACF)의타밀일꾼 17명이고립무원속에서스리랑카정부군에의해학살당했고, 2008년 1월8일가자지구에서는유엔마크가달린차량운전자가이스라엘군의공격으로사망했다. 팔레스타인들의‘마지막’ 피난처였던유엔학교가공격받아 46명의무고한목숨이학살당한지이틀만에발생한일이다. 몰랐을리없는유엔학교를공격한후이스라엘정부대변인마크레게브는방귀낀놈이성내듯그어느때보다도더언성을높였다.
“하마스가자기인민들을의도적으로, 얼마나잔인하게다루는지를보여준또하나의사례다. 하마스는유엔교육기관을전투구역으로만들었다”
이사건후약 75만명가량의팔레스타인들먹거리와구호물자를책임져온유엔은안전을이유로활동을‘일시’ 중단했다. 가자지구유엔디렉터죤깅(John Ging)은“가슴찢어지는” 결정이라고표현했다.
따지고보면 사실 민간인을방패삼는건반군이나저항군보다는, 오히려그반대편이다. 화력면에서열세인마이너들이게릴라전을펼치는건상식이고, 게릴라전은민간인을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파고드는전쟁이다. 더욱이가자지구의사례를보자면하마스는– 그들이옳고그름을떠나 – 팔레스타인민중들에의해민주적으로선출된‘여당’이며가자지구팔레스타인들과‘섞여있는건’ 지극히자연스런상황이다. 그런상황을악용하여무차별폭격으로민간인을살상하는건바로이스라엘이다. ‘놈들은민간인속에!’ 언제까지이앵무새거짓말을반복하며민간인살상을정당화할것인가. 이스라엘이야말로민간인을방패삼아전쟁을벌이고있는것아닌가.
– 2009년 1월 9일 방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