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 Fotos ON / Lee Yu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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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에서는 환경운동하면 죽는다

[세계] ‘반석탄’ 운동하다 무참히 살해당한 국숫집 아저씨…

자본·마피아·관료의 카르텔 속에 16년 동안 타이 환경운동가 27명 살해당해

환경운동가 통낙 사윀친다 (47) 암살 배후 혐의를 받고 있는 석탄운송업자 가택 수색을 위해 경찰이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Photo @ Lee Yu Kyung)

7월 28일 오전 9시께였다. 타이 중부 사뭇 사콘(Samut Sakorn) 지방, 타 사이 (Tha Sai) 탐본 (서브 디스트릭트’, ‘마을바로 단위이자 지방 정부의 가장 작은 행정단위) 길은 인근 공장으로 출근하는 발걸음들이 총총히 사라진 뒤였다. 그  길로 들어선 오토바이 한 대, 뒷 사내는 길목 한 켠 국수집 앞으로 가 아침 신문을 읽던 주인 통낙 사윀친다 (47)에게 40구경 반자동 권총을 난사했다. 어깨, 등, 가슴, 허벅지 등 전신 여덟 군데에 총상을 입은 통낙은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숨졌다.

“누구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순박한 사람이었는데…”

자녀가 없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내 좀크완 사윀친다(46) 가 버겁게 입을 열었다.

살해당한 환경운동가 통낙 사윀친다 (47) 의 혼을 달래는 불교의식에 참여중인 아내 좀크완 사윀친다 (46). (Photo @ Lee Yu Kyung)

사건 직후 타이 언론은 ‘저명한 환경운동가 살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동네 아이들이 좋아했다는 ‘순박한’ 국수집 아저씨 통낙은 어찌하여 ‘저명한’ 환경운동가가 되어 살해의 운명을 맞이한 걸까.

국수집 아저씨에서 환경운동가로

8월 3일 이른 아침 방콕 서남 지역과 경계를 나눈 사뭇 사콘 지방에  들어섰다. 아침 출근길의 상큼함은 커녕 목은 칼칼해지고 콧 구멍이 답답해왔다. 만만치 않은 오염 도시 방콕을 능가했다.

다운타운을 가로질러 통낙의 동네로 향하는 길,  “우리는 석탄을 원치 않는다”는 플랑카드가 스쳤다. 이어 ‘그린 파워 플러스’, ‘아시아그린 에너지’ 등, ‘그린’ 으로 치장한 각종 석탄 공장 간판들도 휑하니 지나갔다. 타이 내 최대 석탄 공급업체인 아시아 그린 에너지는 이 지역에 새 공장을 세우던 중에 시위를 만나 잠시 멈췄다. 동네 사람들은 이 회사 대표가 민주당 아무개 의원의  ‘경제 자문’ 이라며 “믿는 구석이 있어 투자하는 거”라 투덜댔다.

이 지역 노동단체  ‘노동권 신장 네트워크 재단 (Labor Rights Promotion Network Foundation, LPN)’ 에 따르면 사뭇 사콘에는 3천여개의 미등록 공장을 포함, 대략 7천여개 크고작은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절대 다수가 해산물 가공 공장이고, 수십 개의 석탄 공장이 있다.  문제는 쉴새 없이 돌아가는 타이 전역 공단내 연료로 각광받는 게 ‘가장 더러운 에너지’라 불리는 석탄이라는 점다.  바로 그 석탄이 국수집 주인을 환경운동가로 바꾸어 놓은 ‘주범’이기도 하다.

사뭇 사콘의 경우를 보자.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석탄은 타 친 (Tha Chin)강 항구에 도착한 후 수십개의 공장으로 옮겨져 저장고에 쌓이고, 재분배 과정을 거쳐 여러 공장들로 이송된다. 이 지방은 석탄이송 길목이자 소비 지방이다.

“밭이 다 누래졌다. 코코넛 농사도 다 망했다. 폐도 안 좋고, 가려움증에…”

타사이 마을 주민 깃스나 파완 (60)의 말처럼 석탄 공장이 인근 밭들은 누리끼리 했다.

사뭇 사콘에 석탄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2006년. 아랫동네 사뭇 송크람 지방 주민들의 반대를 만나 공장이 이곳으로 옮겨온 온 그 순간부터 주민들의 시위는 시작되었다. 그 5년간의 투쟁이 귀 막은 당국과 언론의 눈을 피해갔을 뿐이다.

그러다 7월 13일 통낙을 선두로 한 천 여명의 주민들이 ‘라마 2’ 고속도로를 막는 대 소동 시위를 벌인 후에야 언론이 주목했고, 28일 통낙의 죽음은 언론의 관심에 더더욱 불을 댕겼다.

“이런 캠페인의 경우 업체들이 주민들 일부를 매수하여 분열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 지역에서는 그런 분열이 전혀 없었다.”

휴먼라이츠워치 타이 리서쳐인 수나이 파숙 (42)은 대신 시민사회가 옐로우와 레드로 분열된 탓에  이지역 투쟁에 대한 단일한 지지와 연대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석탄 관련 업체들이 들어선 지 5년,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과일, 채소밭들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지역 제지업체가 사들여 폐휴지 처리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 이전에 과일농사를 짓던 곳이다. (Photo @ Lee Yu Kyung)

13일의 시위는 결국 ‘석탄 운송 중단’ 이라는 주지사 명령을 끌어냈다. 그때부터 주민들은 주지사의 명령을 위반하는 트럭을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22일,  통낙은 석탄을 운송하던 한 트럭을 막아선 적이 있다. 통낙 암살의 핵심 배후로 지목된 이가 운영하는 운송 회사, ‘테크닉 팀’ (Technique Team) 트럭이다. 회사 대표는 통낙을 위협하고, 거친 말들을 뱉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아니 그래, 당신 국수에 석탄 알갱이가 빠지기라도 했는가? 그렇게 설쳐대다가 당하는 수가 있어. 조심하라구!.”

석탄 알갱이가 통낙의 국수에 빠졌는지야 확인키 어렵지만, 석탄 운송 선박들이 뿜어내는 가루와 석탄 연료 공장들이 내뿜는 ‘석탄 물’은 이 지방 젖줄 타 친 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가 모니터한 자료와 위반 증거 사진 등을 29일 주지사에게 보낼 참이었는데, 그 전날 통낙이 살해당했다”

여러해 동안 함께 캠페인을 이끌어왔던 캄폴 통치우 (51) 자신도 통낙이 죽기 이틀 전인 26일 밤 10시께, 석탄 운반 차량을 모니터 하던 중 미행 당했다고 말한다. 다행히 그는 작은 길로 차를 돌려가며 위기를 모면했다. 그리고 29일, 통낙 암살 다음 날 중앙행정법원은 타 사이 탐본 지역을 통과하는 석탄 운송 중단을 명했다.

사뭇 사콘 지방을 흐르는 ‘타 친’ 강은 예로부터 중국과의 무역 항으로 유명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로 부터 들여오는 석탄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석탄 운송석박들이 야기하는 ‘석탄물’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Photo @ Lee Yu Kyung)

개발이익과 주민 인권 충돌  

지난 16년간 타이 사회에서 27명 환경 운동가가 살해되었다. 2007년에는 승려 프라수폿 수와요가 북부 치앙마이에서, 2004년 환경운동가 짜른 왓 악슨이 중부 프라추압에서, 2001년에는 솜폰 차나폴이 남부 수랏타니에서 살해당했다. 통낙은 27번에 이름을 올렸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석탄’ 아니면 ‘불법 벌채’에 맞서던 지역 운동가들이었다.

환경 갈등이 두드러진 곳이 주로 지방이라는 점, 그들이 대항하는 업체들이 그리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는 청부살해 네트워크가 타이 사회에 적잖다는 점, 여기에 뒤를 봐주는 경찰과 공무원 변수까지 가세하며 지역 환경운동가들은 보다 많은 희생을 감내해 온 셈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부를 두고 전 세계 인권운동가들이 직면한 위험상황을 모니터해 온 인권단체 프런트 라인 (Frontline)의 미디어 & 커뮤니케이션 부장 짐 라프란도 이 점을 우려했다. 그는 <한겨레21>과의 스카이페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콕과 달리 지방 활동가들은 보다 높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문을 연 뒤 다음과 같이 이어갔다.

“경제 개발을 내건 업체들의 이익과 주민들의 인권, 토지권이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소수 권력자들의 부를 위해 주민 인권을 희생시키는 정책이란 있어서는 안된다”

짐 라프란은 무엇보다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암살범 뿐 아니라 배후세력을 분명하게 처벌하여, 운동가들을 겨냥한 청부 살해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현직 군인들, 마피아들이 복합적으로 연루된 이 네트워크를 건드리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총잡이 요틴 테프리안(25)가 자수하고 7명의 혐의자가 체포되는 등 일단 초등 수사에 속도가 붙는 듯하다. 그러나 당국의 강력한 의지때문이라기 보다는 CCTV  덕분이라고 주민들은 싱겁게 받아들였다. 살해범이 타고 온 오토바이가 주차한 곳은 하필이면 (탁신의 친빈민 정책 하나였던) ‘빌리지 펀드 스킴’ (Village Fund Scheme) 사무실 근처 CCTV가 있는 곳이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사뭇사콘 경찰 서장 차이찬 푸라타나농 (41) 역시 이 부분을 부인하지 않았다. 아울러 차이찬 서장은 핵심 공모자 3인 중에 사뭇사콘 지방 내 ‘푸야이 반’ (‘마을 이장) 한 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통낙 사윀친다 (47) 살해 핵심 배후자 혐의를 받고 있는 석탄운송업체 대표 아무개씨(53). 경찰에 자진 출두하여 조사 받은 뒤 그의 집을 수색하려는 경찰팀과 움직이고 있다. (Photo @ Lee Yu Kyung)

“시스템의 실패다. 경찰, 군부, 지방 정부 등 관련 기관들의 총체적인 개혁은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절실히 요구되어 왔던 바다. 이번 사건을 수많은 범죄 사건 중 하나로 단순취급해선 안된다”

인권운동가 수나이 파숙은 총제적 개혁을 다시한 번 강조했다.

통낙 캠페인에 법률지원을 해왔던 단체, ‘지구온난화 반대’의 스리스완 잔야 변호사는 타이의 수많은 환경관련 법안들만 제대로 준수해도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관련 법안들은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공청회를 거치도록 명하고 있다. 토지 사용과 운송의 경우 통과 지역 환경과 공동체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함도 명시하고 있다. 뇌물에 약한 관련 부처들이 이런 조항들을 무시하고 있다”

2007년 군사 정권이 기안한 현행 헌법 역시 환경이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프로젝트는 승인전에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하지만 구체적 가이드 라인은 부재다.

이런 허점구조와 공무원 부패수준을 모를리 없는 업체들은 얄팍한 해결책에 기대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아시아 그린 에너지는 8일 3일 보도자료를 통해,

“(29일) 중앙행정법원의 일시 중지 명령은 우리 회사에 적용된 것이 아니” 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회사는 페차부리, 촌부리, 아유타야 지방에 이미 석탄 저장고와 공장이 있음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객서비스를 할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8월 10일, 이번에는 아유타야 지방에서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동을 텄다.

석탄, 가장 더러운 에너지

1992년 북부 람팡 지방 ‘매모(Mae Moh)’ 마을에 들어선 석탄화력발전소 반대 투쟁을 비롯, 타이 지방 주민들의 ‘대 석탄’ 투쟁은 사실 수 십년간 계속되어 왔다. 유황가스 불법 방출로 이후 10년간 약 120명의 주민 목숨을 앗아간 메모 발전소는 지금도 돌아가지만, 1995년 이래 7년 가까이 싸웠던 프로추압 지방 보녹 마을의 투쟁은 공장을 멈추게도 했다. 그러나 이 운동을 이끌던 자른 악 왓슨이 살해당하는 댓가를 치뤄야했다.

통낙의 집앞에는 ‘석탄을 원치 않는다’ 딱지가 붙어있다. (Photo @ Lee Yu Kyung)

나사(NASA)의 지구 과학자 제임스 한센은 “문명과 지구 생물체에 단독으로 가장 위험한 물질” 로 석탄을 뽑았다. 그는 석탄 연료 공장을 ‘죽음의 공장’이라 표현한다. 2008년 “석탄 = 기후변화” 라는 구호를 걸고 타이 투어 캠페인을 벌인 바 있는 그린 피스는 석탄을 “가장 더러운 에너지”라 정의한다. 하여, 통낙과 수십명의 환경운동가들 그리고 수백명의 주민 목숨을 앗아간 ‘삽질’과 ‘검은 연기’가 더러운 에너지를 피워대는 한, 죽음의 공장에 대항한 주민 공동체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뭇사콘(타이)= 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 위 기사는 <한겨레21> [2011.09.05 제876호] 게재된 기사의 긴 버전입니다. (한겨레21 기사 원문 보러 가기)

* 위 기사 관련 참고 자료들 :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multimedia/videos/video-archive/discover-the-plight-of-local-t/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multimedia/photos/greenpeace-launches-a-stop-glo/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news/features/decision-on-thai-coal-plants/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press/releases/accept-or-reject-on-polluting/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multimedia/photos/Thai-Coal-Plant-Protest/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news/features/thailand-coal-rainbow-warrior280708/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09/feb/15/james-hansen-power-plants-coal

http://www.hrw.org/news/2011/07/30/thailand-investigate-murder-environmentalist

기타 등등…

 

“휴가비요? 세상에나!”

[표지이야기2] 송끄란 등 연간 20일 공휴일에 대체휴가도 있는 타이…
휴가비는 못 받아도 휴가 기간이 늘어서 해외에 가고 싶은 나니

» 나니가 최근 다녀온 타이의 사판부리 사남슛 시장 입구에서 찍은 사진.(사진 제공 : 나니 린 / Photo by Nani Lin)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대만 회사의 타이지사에서 5년째 근무 중인 나니 린(28). 약 2만1천밧(약 75만원)을 월급으로 받고 틈틈히 타이-중국어 번역을 해 부수입도 짭짤한 나니는 타이 ‘중상층’이다. 1년에 3~7번은 당일치기든 2~3일간의 단기든 여행을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는 휴가족이다.

타이는 우기·건기 외에는 계절 변화가 적어 한국처럼 딱히 여름휴가철이랄 게 없다. 남부 해변가나 북부 산악지대 등 갈 곳이 많아 국내 여행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하지만 일부 부유층이나 중산층 싱글 중심으로 중국·한국·일본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물가가 비싼 유럽 여행은 그리 흔치 않다.

연말, 송끄란 연휴는 7~10일

여름휴가 시즌은 없지만 쉴 수 있는 날은 많다. 따져보자. 어머니날(왕비 생일), 아버지날(국왕 생일) 등 타이에선 각종 왕실과 불교와 관련한 1일 공휴일만 1년에 20일이 넘는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되려 좋다. 금요일이나 월요일로 대체해 휴일을 잃기는커녕 연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말 연휴 3일, 타이 최대의 전통 행사인 타이력 정월 초하루(4월13일) 송끄란 연휴도 3일이다. 두 연휴 모두 직장별로 차이는 있으나 사실상 7~10일 쉬는 경우가 많다.

나니는 공휴일 외에 8일간의 정기 휴가가 있고, 병가와 각종 개인 잡무를 위해 쓸 수 있는 비번 휴가가 1년에 30일 이내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휴일은 많은데, 현 휴가 기간이 만족스럽진 않단다. “3일 이상 회사를 비우면 업무에 지장이 커요. 제 빈자리는 부서 매니저가 대신 채워주는데 3일 이상은 어렵거든요. 누구도 정기 휴가 8일을 한꺼번에 쓸 엄두를 못 내죠.”

길게 쓰지 못하는 정기 휴가는 송끄란과 연말 연휴에 붙여 7일로 만들어 쓰는 게 흔하다. 연말과 송끄란 연휴 두 기간에 타이 전역이 쉬기에 회사 일에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나 2~3일간의 단기 여행으로 휴가를 대신하는 건 흔한 일이다. 나니도 지난 7월9일, 친구네 가족 등 12명과 함께 방콕에서 멀지 않은 사판부리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봉고 한 대를 빌렸고, 친구 어머니가 점심을 준비해오셨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남슛 시장과 사원, 공원 등을 둘러본 그 여행에서 나니는 1천밧(약 3만5천원) 조금 넘게 썼다. 지난 1월에는 세라믹으로 유명한 콕퀘 섬도 다녀왔다. 연말에는 4일간의 연휴를 만들어 말레이시아를 다녀올 계획에 무척 설렌다. 나니에게도 달콤한 장기 휴가의 기억이 있긴 하다. 2008년 말 ‘달력 운’이 좋아 9일간 연휴가 가능했기에 타이 동부에 있는 섬 꼬창에서 7일 휴가를 보냈다. “마침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주문도 안 들어오던 때라 가능했다”며 웃는다.

너는 앞에, 나는 뒤에 붙이고

모두들 장기 휴가로 쓰고 싶어하는 송끄란, 혹은 연말 연휴 때 휴가 일정을 정하느라 갈등은 없느냐고 물었다. “내가 송끄란 연휴 앞에 며칠 더 붙여 쓰면, 다른 사람은 뒤에 붙이면 되는 거고. 전혀 문제된 적도 될 것도 없어요.” 나니도 정기 휴가 일부를 송끄란 연휴에 붙여 엄마와 남동생이 사는 대만에 다녀오는 데 활용하고 있다. “휴가비요? 세상에나, 그런 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나니는 휴가비보다는 휴가 기간이 늘어나길 더 원한다. 연휴가 길지만 엄마를 만나러 대만으로 가는 송끄란 연휴를 빼고 7일 이상의 장기 휴가가 가능하면 여유 있는 해외여행을 꼭 해보고 싶단다.

방콕(타이)=이유경 통신원

# 방콕 1년 평균 노동시간 #
2543시간(2003년·국제노동기구(ILO))

<한겨레> [2011.08.01 제871호] 게재. 기사 원문 보러 가기

“탁신 사면, 서두르지 않겠다”

타이 첫 여성총리 잉락
한겨레 등 외신 인터뷰

“지지층 레드셔츠 입각가능…
작년 유혈진압 군부 처벌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지난 3일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타이 첫 여성 총리로 예정된 잉락 친나왓(44)의 행보는 지금 전세계의 주목 대상이다. 오빠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이나 지난해 탁신 지지층인 레드셔츠의 방콕 도심 시위를 유혈진압한 책임자 처벌 문제 등 새 정부가 결정할 사안에 따라 타이의 정국 향방은 크게 달라질 터다. 레드셔츠와 반탁신 세력인 옐로셔츠가 상징하듯, 양극화가 극심해진 타이에서 깊어진 계층갈등을 어떻게 풀지도 관심이다.

잉락이 8일 방콕 프어타이당사에서 주요 외신매체 30여곳과 한 인터뷰에 <한겨레>는 한국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빠 탁신의 사면이나 레드셔츠 유혈진압 군인들의 처벌 등을 서두르지 않고 경제 문제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중인 ‘왕실모독법’은 개정하지 않겠지만, 악용되지도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정치 입문 두달밖에 안 된 신인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사전 질의서 없는 기자회견에도 그는 여유있게 답했다.

잉락 시나와트라. 타이 차기 여성 총리가 7월 8일 선별된 외신 30여곳과 인터뷰 중이다. (Photo by Lee Yu Kyung)

잉락은 도시빈민· 농민층이 주축이 된 레드셔츠의 지도부가 내각에 임명되느냐는 질문에 “내각 임명에 대해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프어타이당 내외부 모두에게 장관직을 열어놓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의 강력한 정치적 배경이 된 레드셔츠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탁신의 사면·귀국과 군부 처벌을 두고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군부 처벌에 대해 “전임 민주당 정부가 임명한 카닛 나 나콘 박사가 이끄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군인들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냐는 질문에는 “섣부르게 사면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탁신의 사면에 대해서는 “그(탁신)는 나에게 자신보다는 국가와 사회 현안에 더 신경쓰라고 조언했다”며 처리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탁신의 아바타’일 뿐이라는 논란에는 “내가 탁신의 누이임은 사실이고 그의 좋은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면서도 “모든 결정은 우리가 독립적으로 국가를 위해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잉락은 옐로셔츠 등이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당차게 대답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군의 쿠데타에 대해서는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군은 국민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옐로셔츠 시위 벌일 땐 법에 따라 처리”

잉락은 최저임금 인상 공약 등 포퓰리즘 논란을 두고선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과의 인터뷰에서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소비를 촉진해 경제성장이 빨라지는 효과도 있다”고 응답했다.

그의 포퓰리즘적 공약이 선거에서 먹혔다는 일부 시각과 달리, 타이 내 전문가들은 잉락 압승의 배경에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는 도시빈민층 및 농민층의 생활과 지난해 시위 유혈진압과 관련해 민주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그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외신들은 레드셔츠를 중심으로 “탁신 귀국과 군부 처벌이 무엇보다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에 패배한 민주당은 8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프어타이당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청원을 넣으며 프어타이당 해산 시도에 나섰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방콕/글·사진 이유경 통신원, 국제분쟁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한겨레> 7월 9일자 게재. 기사 원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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